[현장에서]세수 6조 증권거래세 폐지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최훈길 기자I 2019.02.19 05:00:00

목표 엇박자, 공정과세 Vs 자본시장 활성화
공정과세 추진하면 양도소득세 강화 불가피
업계 난색, 증권거래세만 ‘시급한 폐지’ 요구
“개정 목표부터 세우고 연구결과 공개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증권거래세 인하·폐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기획재정부와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간의 지난 14일 비공개 회동은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났다.

논의 첫 단계부터 꽉 막혀 있어서다. 논의가 겉돌지 않으려면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의 목표부터 결론 내려야 한다.

‘무엇을 위한 증권거래세 인하·폐지인가’라는 물음에 정치권·업계 답변이 제각각이다. 기재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인지, 공정과세 취지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세법 개정을 해야 하는 1순위 목표부터 갈라지다 보니, 개편안 합의는 더욱 어렵게 됐다.

학자 출신인 최운열 의원안의 1순위 목표는 공정과세다. 현재는 투자 손실을 입어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작년에 손실이 나도 올해 수익을 내면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최 의원안의 핵심 내용은 △내년부터 5년간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거래의 3년간 손익 통산(손실·이익 합산 결과로 과세)이다. ‘소득 있는 곳에만 과세’라는 측면에서 공정과세 성격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업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최 의원안은 증권거래세를 내리는 동시에 양도소득세를 올리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양도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정부안보다 강화된 것이다. 세율만 놓고 보면 증권거래세는 0.3%, 주식 양도소득세는 20~30%다. 업계 입장에선 노루(증권거래세)를 피하니 범(양도소득세)을 만난 격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양도세가 확대되는 경우 조세저항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업계 입장대로 양도소득세를 놔두고 증권거래세만 당장 폐지하는 것도 무리수다. 현재는 주식 보유금액 15억원 이상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증권거래세까지 폐지해주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폐지하더라도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가 불투명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1990년 이후 3차례 증권거래세 세율을 인하했지만 길어야 4~5개월 ‘반짝 효과’만 있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6조원이 넘었다. 전국 130만명 고교생에게 무상교육(약 2조원)을 도입하고 264만여명 영세 자영업자·근로자 지원(일자리안정자금 2조5136억원)을 하고도 남는 재원이다. 세수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재부가 추진 중인 증권거래세 연구용역 결과부터 투명하게 내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증권거래세가 6조원을 돌파했다. 연도별 현황은 징수된 액수를 집계한 것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과 추가로 자동적으로 붙는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실제 증권거래세 세수는 더 클 전망이다. 단위=억원.[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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