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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흔드는 알고리즘]순간 급등락…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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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19.02.04 0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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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최정희 기자] 작년 12월26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86.25포인트(4.98%) 오르면서 120년 역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앞서 19일에는 하루 등락폭이 900포인트에 달했다. 일본 증시도 만만치 않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작년 12월 25일 5% 급락하더니 27일에는 4% 가까이 급등했다. 새해 들어서도 장중 큰 폭으로 상승과 하락을 오가거나 전일대비 2~3%대 움직이는 등 높은 변동성을 이어갔다.

이처럼 주요국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된 데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을 매수와 매도 주문이 나가도록 프로그래밍 된 자동화 매매, 즉 알고리즘 매매가 주범으로 꼽혔다.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이같은 매매가 활개를 치기 어려운 규제 환경 때문에 연말 연초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공학(퀀트)에 기반한 펀드나 금융상품이 늘어나고 있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확대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장중 고점과 저점 변동률 평균치
◇미국·일본 널뛰기 장세…사람 아닌 컴퓨터가 매매

월가와 도쿄증시에서는 알고리즘 매매가 이같은 변동성을 불렀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왔다. 알고리즘 매매는 미리 설계한 특정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지수나 종목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오르면 자동으로 매도나 매수 주문을 넣는 식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탭그룹에 따르면 미국 주식 거래량 중 알고리즘 매매를 하는 퀀트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28.7%를 기록했다. 2012년 13.3%와 비교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 27.9%를 웃돈다.

2018년 미국 주식매매 중 리테일 비중 27.9%, 퀀트 헤지펀드 28.7% [출처=WSJ]
최근에는 보도자료나 경제 통계 설명에서 키워드를 읽고 매매하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의 알고리즘 매매도 확대되고 있다. 키워드는 프로그램 설정자가 사전에 입력해놓는 경우도 있지만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읽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년 12월 19일 미 연방 준비 이사회 (FRB)의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간담회로 매도주문이 급격하게 나온 것은 ‘금리 인상’과 ‘보유 자산의 축소’라는 발언에 프로그램 거래가 반응한 것이고, 같은 달 26일에는 아마존닷컴과 마스터카드가 발표한 연말 판매 호조를 전하는 보도자료를 접한 텍스트 마이닝형 펀드가 일제히 매수주문을 넣으면서 미 증시가 급등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케니 폴카리 부쳐조셉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증시를 망가뜨린 것도, 크리스마스 다음날 지수를 1000포인트 올려놓은 것은 바로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에게는 크리스마스도, 새해 연휴도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알고리즘 매매는 증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토시 이츠오 토시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크리스마스 전날 엔·달러 환율이 113엔대에서 순간적으로 104엔대로 오른 것은 인공지능(AI)에 의한 프로그램 고속거래가 빠르게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적으로 알고리즘 매매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변동성을 키우는데 일정부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겔트루드 앤 컴퍼티의 설립자 겸 재무 자문역인 댄 겔트루드는 “투자보다 트레이딩에 의미를 두는 알고리즘 매매는 시장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변동성이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경제의 변화 흐름에 따른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세 걷는 韓, 알고리즘 매매 비중 낮아…종목 영향력은 우려

한국은 아직 알고리즘 매매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2월, 10월, 12월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변동성이 커졌을 때도 코스피 지수는 알고리즘 매매로 인한 피해가 크진 않았다.

거래소는 알고리즘 매매를 하는 경우 계좌를 등록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주식 현물 시장에서 알고리즘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단 평가다. 증권거래세가 0.3%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거래세가 없는 파생상품 시장에선 초단타 매매를 포함한 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현물 시장보단 높은 편이나 이 역시 정확한 비중을 알기 어렵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알고리즘 매매를 위한 계좌 등록을 하고 있지만 잘못된 호가 주문을 취소하기 위한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이용하기 위한 수요일 뿐, 개인투자자도 등록할 수 있을 정도로 알고리즘 계좌 등록에 제한이 크지 않다.

파생상품 시장에 알고리즘 매매가 활발하다고 해도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로 세마녀의 날, 네마녀의 날 등 선물 옵션 동시만기일때마다 증시가 출렁이고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에 영향을 미치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이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단 지적이다.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기 위해 묶음으로 자동 매매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ETF 시장에 10조원 넘게 유입되면서 순자산총액은 41조원으로 불어났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49% 증가했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도 양매도 ETN을 필두로 지표가치총액이 늘어 작년 말 7조 2000억원으로 1년새 38% 늘었다.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가장 직접적인 알고리즘 매매는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나오는 단타 매매 방식이다. 시장 전체를 흔들지는 않지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개별 종목군에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고리즘 매매 시장이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등에 대해선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알고리즘 매매는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적 분석에 의한 매매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기업가치와 주가에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추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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