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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뛰자 '나도 빚내서 한방'…신용융자잔액 10조 '턱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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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I 2019.01.31 04:50:00

주가 상승에 신용거래융자 10조원 육박
9거래일 연속 뛰며 연초 대비 4298억↑
시세 차익 유혹에 ''빚 내 주식투자'' 증가
고금리·반대매매 우려…"투자 신중해야"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직장인 권 모(34)씨는 최근 수소차주(株)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변에서 수소차 전망이 밝은데다 정부 정책 속도에 따라 단기 차익까지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종잣돈이 없어 군침만 삼키던 권씨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는 말에 증권사를 찾아 7.5%(한달 기준)의 금리로 3000만원을 빌려 수소차 관련 주식에 투자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한 터라 주가가 떨어지면 반대매매될 수 있는 만큼 업무 중에도 틈틈이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10조원 육박…코스닥 5조원 돌파

증권사 돈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0조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위험한 거래’가 또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연초부터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자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가 급락장 때 증권사의 반대매매(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일괄 매도하는 것)로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686억원 감소한 9조785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앞선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연초(1월 2일 기준)대비 4298억원이나 늘었다. 무엇보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연초와 비교해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가 484억원 줄어든 반면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4511억원 증가하면서 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26일 이후 석달 만에 5조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을 산 뒤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가와 흐름을 같이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 상승세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월 29일 사상 첫 11조원을 넘어선 신용거래융자는 석달 만인 4월 20일 12조원(12조642억원) 벽을 허물더니 같은 해 6월 12일 12조638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주가가 뛰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이 늘면서 신용거래융자가 출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코스피 시장이 대형주의 어닝쇼크에도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상승한 것은 국내 증시가 ‘실망’ 단계를 지나 역발상투자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며 “2월 증시도 1월의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에 급락장 때 반대매매 우려…투자 신중해야

일각에서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신용거래융자에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주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속절없이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주가가 설령 반토막이 나도 증권사에 갚아야 할 원금이나 이자에 변함이 없다 보니 주가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이중고에 빠질 수도 있다.

더욱이 신용거래융자의 금리는 은행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웃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30일 기준 국내 증권사 21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평균은 9.2%(대출기간 4개월 이상 기준)에 이른다. 넉 달 안에 최소 10% 이상 주가가 올라야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후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의 증거금(주식담보비율의 약 140%) 밑으로 내려갈 경우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도 주의해야 한다.

바닥을 모르고 주가가 추락하던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코스피·코스닥)는 184억7700만원으로 전달(55억원)대비 233%나 급증했다. 그 결과 다음달인 11월 1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9993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기준이나 판단에 따라 신용거래융자를 받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신용거래융자를 받은 개인투자자의 대박 내지 쪽박에 그치지 않고 연쇄효과를 통해 금융투자시장에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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