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경기가 완전한 회복 국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만큼은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이는 기준금리 인상의 주목적이 경기 조절이라는 기본 명제를 무시한 가정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리를 올리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 주목적은 경기 조절…좋을 때 올리고 나쁠 때 내려
과거 2005~2008년과 2010~2012년 기준금리 인상기는 국내 경기가 상승세를 탄 상황이었다. 1차 인상기는 2003년 카드 사태의 후유증을 딛고 경기 상승 바람이 불고 있을 때였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은 뛰었고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노무현 정부는 금리 인상 직전인 2005년 8월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담은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늘렸고 분양권 전매 제한 및 주택대출 규제도 함께 강화했다. 그럼에도 경기 상승 흐름을 탄 부동산 시장은 연일 고공행진이었다.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인상 초기라 여전히 금리는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시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구매 수요가 늘어났고 가격을 밀어올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시 시장 상황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는 금리 수준이 아직 낮아 수요자 입장에서 대출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며 “기준금리가 1%포인트 정도 상승한 뒤에야 가계부채 증가율이 서서히 둔화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2차 인상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을 극복하고 위기 국면에서 회복하던 시기다. 잠재GDP(국내총생산)와 실질 GDP의 차이를 뜻하는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본적적인 확장세에 진입했던 때다. 당시 금리 인상은 향후 경제 성장의 하방 위험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면서 가계의 재무 건정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다소 있지만 당시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대로 높았고 GDP가 연간 3~6% 증가하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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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크게 2가지 경로에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도를 유도하거나 매수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통화 긴축에 따라 시중에 풀리는 돈이 감소하거나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드는 효과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0.25%라는 인상폭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면서도 “부동산 투자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심리적인 영향은 다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국내 경기가 과거처럼 좋기만한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상황에 가깝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폭 자체는 제한적이며 일부 지역과 계층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여러 차례 금리를 연달아 올릴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텐데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곳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가격이 떨어지고 있던 곳의 가격 하락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지역·계층별로 영향이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까다로워진 대출 심사 때문에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은 1금융권에서 주택 등을 담보로 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수요자들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 변동금리 신용대출을 받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지역·계층별로 영향을 다르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집값 안정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도리어 자산가들을 도와주거나 저신용·저소득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