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기 퇴장, 예상 보다 미뤄진 선고…상당 시간 걸릴 듯
2012년 8월 첫 번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중 합헌 4대 위헌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난 뒤 6년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는 두 번째 판단을 앞에 두고 있다. 낙태죄 위헌 여부는 지난 2월 2013년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낙태죄 관련 헌법소원을 내면서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쟁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어느 곳에 무게를 둘 것인가에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함께 평등권과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태아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봐야한다며 이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변론에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낙태죄 폐지 측인 정씨 변호인단은 “낙태가 현행법상 불법이라 음성적으로 낙태가 이뤄져 위험하다”며 “낙태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 합헌 측에 선 법무부 대리인단은 “의사의 기본 임무는 생명 보호”라며 의료종사자의 낙태시술행위 처벌을 존속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애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8월 말 또는 9월 초에 위헌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진성 전 소장을 비롯해 재판관 4인은 낙태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지난 19일 퇴임했다. 새 재판관이 취임하더라도 기록 검토 등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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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유남석 소장 취임 후 헌재의 새 진용이 구축되고 있지만 일단 외형상으로는 재판관 5인의 퇴임으로 위헌 주장 측에 불리하게 보인다. 이번에 퇴임한 이 전 소장 등 재판관 5인이 모두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폐지나 개정에 긍정적 견해를 보인 인사들이어서다.
반면 후임으로 추천된 헌재재판관 후보 중 낙태죄 관련 명확한 견해를 밝힌 건 최근 임명된 이은애 재판관과 이영진 후보자 둘 뿐이다. 두 사람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결국 태아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적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석태 재판관과 김기영 후보자는 낙태죄 관련한 질의에 “논쟁적인 사안”이라며 신중한 견해를 보였고, 이종석 후보자는 보수 색채가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추천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헌재 6기의 진보적 색채가 짙어진 점 등 위헌 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임명된 유남석 헌재소장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태아의 생명권만큼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기영·이석태·이은애 또한 진보성향으로 구분된다. 내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면 보수 성향 재판관은 이선애·이종석 재판관만 남는다.
장윤미 법무법인 윈앤윈 변호사는 “기존 헌재재판관이 퇴임하고 새로 추천된 인물로 교체되면서 낙태죄 폐지 구도가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진보적 인물로 채워지고 있는 점과 내년에도 재판관 교체가 있는 등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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