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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견지에서 순수한 난민들은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이라는 이유로 추방하면 이들은 오갈 데 없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인종과 종교를 떠나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게 온당하다.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하고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도입한 나라답게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난민 심사를 서두르는 한편 취업·의료지원 등 인도적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인도적 관점으로만 접근해 난민 수용을 완화할 경우 유럽에서처럼 범죄 발생, 내국인과의 일자리 다툼 등 부작용이 초래되기 마련이다. 자칫 난민들이 몰려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예멘인들의 입국을 막거나 추방하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오고, 특히 난민허가 폐지 주장에 30만명도 넘게 서명한 것은 바로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반대 여론이 들끓자 지난 1일부터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분쟁과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곳곳을 떠도는 난민이 25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 공통의 과제가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난민인정 비율이 2%로, 세계 평균(37%)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국력에 걸맞은 정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반면 아직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틀림없다. 차제에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받아들인 후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공론에 부쳐 관련 제도를 시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