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값 '넘사벽'…빌라로 눈돌리는 투자자들

권소현 기자I 2018.03.12 05:30:00

강남4구 연립·다세대주택 가격
한달새 0.65% 올라..6년래 최대
삼성역 주변·대치동 매물 품귀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전경.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을 둔 성모씨는 학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할 생각이다. 그런데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매입하기엔 부담이 되고, 전세로 살자니 언제 또 전세난이 덮칠지 불안하다. 성씨는 결국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인 대치동 빌라(연립주택)를 알아보기로 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던 한모씨는 최근 연립주택으로 투자 방향을 틀었다. 아파트보다 가격이 싼데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높아 소액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변 아파트 만큼 가격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같은 강남인 만큼 땅값은 오르겠지 하는 생각에 투자할 매물을 물색 중이다.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강남 일대 빌라나 다세대주택 등이 수요자들에게서 주목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강남의 생활편의시설과 학군 등 인프라 혜택은 똑같이 누리고자 하는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연립·다세대주택 몸값도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값은 전월에 비해 0.65% 올랐다. 권역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서울 5개 권역 중에서도 상승률이 가장 컸다. 성동·광진·중랑구 등이 포함된 동북권이 0.16% 오른 것과 비교하면 네 배 높다 .

강남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주택이 대체재로 부상하면서 가격이 따라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달 강남4구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는 3.3㎡당 평균 2284만원으로 강남권 아파트(3.3㎡당 4277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학군 수요가 많은 대치동에서는 전용면적 79.98㎡짜리 빌라 ‘한티아트빌’(1층)이 7억1000만원(3.3㎡당 2929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대치동 SK뷰 아파트 전용 84.39㎡가 19억6000만원(3.3㎡당 7664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단위당 가격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거래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강남구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건수는 212건으로 지난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초(129건)·송파(389건)·강동구(194건) 등에서도 거래가 늘었다. 지난달 강남4구에서 거래된 다세대·연립주택은 총 924건으로 작년 8월 1217건 이후 가장 많았다.

실거주 수요도 있지만 투자수요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주변이나 대치동 학원가, 재건축이 진행 중인 대치동 구마을 인근에 들어선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여 씨가 말랐다.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등 교육 정책 변화에 따른 강남 8학군 부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의 호재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값이 1억원 오를 때 인근 빌라나 다세대주택도 5000만원 정도 상승한다”며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전세가율이 70~80% 정도 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1억원 정도로 갭투자하려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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