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공모 시장서 자취 감추는 롯데그룹

함정선 기자I 2017.12.20 05:00:00

하반기 들어 사모 회사채와 CP 발행으로 자금조달
신용등급, 등급전망 하향하며 조달 비용 증가 우려
오너 리스크도 공모 발행에 부담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보복 해빙에서 소외된 롯데그룹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하반기 들어 사모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이달 들어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롯데그룹, 12월 6500억치 기업어음 발행

19일 이데일리 본드웹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들어서만 6500억원이 넘는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호텔롯데가 2000억원을 발행했고 롯데쇼핑과 롯데물산이 각각 1500억원, 롯데제과도 1550억원을 찍었다.

12월이 되면 기관투자가들이 북클로징(장부마감)을 하는 시기로 공모 회사채 발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도 최근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방식은 이전과 크게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공모 회사채보다는 사모 회사채 또는 CP를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달에도 2000억원의 자금을 CP로 조달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계열사 공모 회사채 발행이 거의 없었다. 호텔롯데는 9월과 11월 두 차례, 12월 초까지 사모로만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쇼핑도 5월과 8일 2000억원의 사모 회사채를 찍었다.

그동안 대부분 계열사가 ‘AA’급 이상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금리로 수요예측 흥행 속에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사드 보복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신용등급이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이미 국내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받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커진 상태다.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이었던 호텔롯데는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모두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하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게다가 사드 보복에서 다른 계열사 대비 자유로웠던 식음료 관련 계열사들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때문에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달게 됐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이다.

◇공모회사채 시장 지위 흔들…내년 1조 만기도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이 하향하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 힘들다. 금리도 이전보다 오를 수밖에 없고, 수요예측에서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22일로 예정된 신동빈 회장의 선고도 자금조달 방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 증권신고서에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오너 일가에 대한 얘기도 적어야 한다. 그룹으로서는 공모 회사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 약 1조원에 이르는 공모, 사모 회사채 만기도래를 맞는다. CP 만기도래도 3500억원을 넘어선다. 거기에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에서 마트 부문 매각이 성사되기 전까지 운용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오너 리스크를 잠재우고, 실적을 회복하기 전까지 공모 회사채 시장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현금성 자산이 많아 사모나 CP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사모와 CP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사모 회사채와 만기 1년 미만의 CP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덜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신고서 제출을 부담스러워하며 사모나 CP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롯데그룹은 금리 조건이 맞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지 않아 사모 회사채나 CP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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