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3학년 홍세빈(22·사진)씨는 23일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긴 했지만 당시 상황을 돌이키면 아직도 심장이 콩닥거린다”고 했다.
홍씨는 지난 19일 낮 12시쯤 대방역 방면으로 달리던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 있었다. 간호 실습을 받기 위해 등교하던 길이었다. 열차가 구로역에 다다르기 직전 같은 칸에 있던 한 60대 여성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호흡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 같이 있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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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그 순간 ‘지금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돌이켰다.
홍씨는 이론으로나마 배운대로 두 손을 깍지 낀 채 여성의 가슴에 올리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가슴 부위를 세 번쯤 강하게 압박하자 여성의 호흡이 돌아왔다. 무호흡 상태로 ‘골든 타임’인 4분을 넘기면 뇌손상이 시작되는데 홍씨의 응급 처치 덕에 여성은 의식을 되찾은 상태로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옮겨졌다. 머리와 가슴 부위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 검사 결과 큰 이상 없이 당일 퇴원할 수 있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들 유원석(43)씨는 홍씨를 찾아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홍씨의 거절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씨는 “어머니 생명의 은인이어서 찾아뵙고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학생이 계속 ‘당연한 일을 했다’며 거절했다”며 “감사한 마음에 대학 총장실에 연락해 학생의 선행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홍양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씨는 소중한 생명을 구했지만 뿌듯함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교육을 받는 학생 신분인데 심폐소생술을 잘못해 도리어 환자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남은 기간 학업에 충실해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후년 정식 간호사 활동을 앞두고 있는 홍씨의 꿈은 ‘의연하게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응급 환자 앞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며 “어찌보면 생애 첫 환자였던 셈인데 앞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