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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공연계 돌아보니…'김영란발 보릿고개' '혼공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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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16.12.29 05:02:00

침체 벗어날 새로운 도약 기대했으나…
'김영란법' 직격탄 맞아 보릿고개 신세
검열논란·최순실게이트엔 강력히 저항
'혼공' 즐기는 마니아층 관객 늘기도



[이데일리 김미경·장병호 기자] 더이상의 침체는 없을 듯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2년 연속 싸늘한 시간을 보냈던 공연계는 2016년 새로운 도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협찬에 의지해 시장을 키워온 공연계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직격탄을 맞아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연극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검열논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더 큰 혼란으로 번졌다.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최순실게이트’가 문화계에도 손길을 뻗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의 시국선언도 연달아 이어졌다.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그런 와중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혼밥’ ‘혼술’ 등 혼자서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더 이상 혼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 ‘혼공’ 시대가 열렸다. 친목이 아닌 공연 자체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어지러운 시국에도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2016년 공연계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김영란 발 보릿고개…2만5000원 영란티켓 등장

15만원짜리 티켓은 한순간에 2만 5000원짜리가 됐다. 연례행사처럼 열던 송년 디너쇼는 관객이 반쯤 줄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정부와 기업의 지원·후원·협찬으로 근근이 버텨왔던 공연계는 김영란법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9월 28일 시행한 김영란법은 당장 기업의 지갑을 닫게 했다. 그간 기업들은 협찬금의 일부를 초대권으로 되돌려받아 관례처럼 고객 마케팅용으로 활용해왔으나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위험이 제기된 탓이다.

한국메세나협회에서 ‘김영란법’을 주제로 지난달 2일 개최한 ‘기업 문화소비 활성화 세미나’ 현장 모습(사진=한국메세나협회).
장르성격상 진입장벽이 높고 기업 의존도가 높은 클래식공연뿐 아니라 유료관객 비율이 높은 뮤지컬까지 기업이 후원·협찬을 보류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일부 기획사는 김영란법상의 선물상한액(5만원)에 맞추기 위해 티켓가격을 5만원 이하로 내리는 이른바 ‘영란티켓’을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파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메세나협회가 회원사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지출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은 64%에 달했다. 공연계는 “대략 1년 전부터 스케줄을 확정하는 공연계 특성상 올해는 그럭저럭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년에는 장담할 수 없다. 보릿고개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검열·최순실게이트 정면으로 맞서다

올해는 특히 연극계를 중심으로 ‘검열’ 문제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이들은 검열이란 권력의 힘에 은유와 유머로 맞섰다. 시종일관 ‘재치’를 잃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연출가 박근형·이윤택이 정부 지원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한 검열 논란은 올해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21개 극단이 6∼10월 5개월 동안 검열을 소재로 한 연극을 22편 제작해 110회 무대에 올렸으며 총 6671명이 관람하며 논란은 파장을 몰고 왔다.

연극계서 들끓던 검열 사태는 올 하반기 블랙리스트 의혹과 함께 문화계 전체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문화예술인 9437명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 이어 최순실게이트가 터지면서 문화예술인은 앞다퉈 광장으로 나갔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캠핑촌을 설치하고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일터인 대학로에서는 작품마다 시국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를 쏟아내도 있다.

박근혜 정권의 이 같은 검열행태를 기록으로 남기는 ‘백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검열백서위원회’를 정식 출범한 뒤 1년여간의 작업을 거쳐 2017년 연말이나 2018년 초에 책으로 펴내는 것이 목표다. 연극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기득권의 동맹은 바뀌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기록이 있어야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으로 밝혀진 만큼 본격적인 저항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연극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혼자’ 열풍에 ‘혼공’도 자리매김

혼자 공연장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혼공’도 일반화하는 추세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즐기는 ‘혼밥’ ‘혼술’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으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
공연계도 이 같은 흐름은 티켓판매율에서 단번에 드러난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매 티켓예매율은 2005년에 11%에 불과했으나 2015년엔 34%로 늘어났다. 2016년도 결산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제까지의 추이를 봤을 때 혼공족이 2015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게 인터파크 측의 분석이다.

물론 1인 1매 티켓예매가 꼭 혼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혼자 티켓을 구매해 함께 공연을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년 1인 1매 티켓예매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1인 관객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혼공’의 증가는 그만큼 공연에 집중하는 마니아층 관객이 늘어난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혼자서 공연을 보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진짜로 공연을 안정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영화마니아가 주로 혼자 영화를 즐기는 것처럼 공연도 혼자 즐기려는 마니아층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공연계도 ‘혼공’ 관객을 잡기 위한 기획과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김영란법 타격으로 침체한 공연계에 ‘혼공’의 유행이 새로운 분위기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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