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만난 박종철(58) 에프티이앤이 대표는 지난해 체결한 나이키와 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나이키가 골프화 외에도 다른 신발류와 의류에도 나노 멤브레인 섬유를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의 실수만 없다면 사업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자신을 갖는 이유는 바로 기술력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외 대기업들이 나노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폭 2m 이상의 멤브레인 상태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에프티이앤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에프티이앤이의 나노 멤브레인 섬유는 혁신적 섬유로 불리는 고어텍스보다 통기성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사람 몸이나 발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신발과 의류 밖으로 잘 배출해 더 쾌적한 상태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에프티이앤이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에 나이키 전담팀을 꾸렸다. 생산시설이 있는 필리핀에는 나이키 전용 설비도 증축하고 있다. 나노 소재를 활용한 신규제품 개발을 위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나이키에 나노 소재 공급이 실적에 반영되면 그동안 적자 늪에 빠졌던 회사도 부활읠 나래를 펼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매출이 564억원에서 481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2013년 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77억원의 영업손실로 반전됐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6억원에서 217억원으로 악화됐다.
박 대표는 “각종 인증절차를 통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잠재적 고객사들의 샘플 개발 요청은 많았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없어 기술개발 노력에 비해 경영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에프티이앤이는 지난 2008년부터 폴라텍이라는 세계적인 원단회사에 납품하면서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등 유명 아웃도어 제품에 에프티이앤이의 나노멤브레인 섬유를 공급하고 있다. 나이키도 폴라텍을 통해 국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 멤브레인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 대표는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나이키와의 협업 결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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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B2C 사업 선두에는 나노 섬유기술을 활용한 황사·방역마스크 사업이 있다. 에프티이앤이는 지난해와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황사마스크와 방역마스크 판매허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기존 황사마스크는 정전기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잡는 것”이라며 “사람이 숨을 쉬면서 발생하는 수분 때문에 정전기를 활용한 집진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물처럼 연결된 나노섬유로 제작된 황사마스크는 이같은 걱정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2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마스크 시장도 박 대표가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에프티이앤이는 하이난항공과 마스크 공급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중국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시노팜, 쑤닝그룹과도 입점을 논의 중이다.
이외에도 미군에 수술용 마스크·가운·보호의 등 군 의료용 제품과 군복 및 군화 등에도 나노 섬유 공급을 계획 중이다.
박 대표는 “의료부문 소재 공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대체기술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나노 섬유의 공급 확대로 수년 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나노 멤브레인 섬유(Nano Membrane Fiber): 섬유지름이 1㎛(10억분의 1m) 미만인 섬유로 만들어진 0.5~1.2㎜ 두께의 막.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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