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생생확대경]소비욕구를 자극하는 日 즉석환급제

권소현 기자I 2016.04.05 0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 드럭스토어에 들렀다. 일본에 가면 꼭 사오는 동전파스를 몇 개 넣고 물과 간식거리를 넣어 계산대로 가져갔더니 점원이 대뜸 여권을 요구한다. 일본 여행 여러 번 다녀봤지만 물건 살 때 여권 제시를 요구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바구니에 담긴 물품이 얼추 5000엔(약 5만1471원)은 넘을 것 같다며 코팅한 면세제도 안내문을 보여준다.

일본 면세제도는 2014년 9월30일까지 가전제품, 가방, 신발, 의류, 공예품 등 일반 물품만 대상으로 삼았다. 동일 점포에 하루 구매 합계액이 세금을 제외하고 1만1엔 이상되면 면세해줬다. 하지만 2014년 10월1일부터 면세제도가 개정돼 식품, 음료, 담배, 화장품, 의약품 등 소모품도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소모품은 동일 점포에 대해 하루 구매 합계액이 5001엔 이상이면 50만엔까지 면세해준다.

드럭스토어에서 보여준 안내문에도 세금을 제외하고 5001엔을 넘으면 소비세 8%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놨다. 그러니까 소비세를 포함해 5401엔 이상이면 400엔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단 계산하는 카운터에서 바로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공항에 가서 면세환급 신청을 하는 귀찮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또 한가지는 판매점원이 계산을 하기 전에 이 제도를 적극 알리고 활용을 권했다는 것이다.

아쉽게 여권을 호텔에 놓고 왔다고 말하고 계산을 시작하는데 물건값 총합은 4000엔이 좀 넘었다. 어차피 면세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만일 여권을 가져왔다면 아마 동전파스 몇 개 더 넣어 5000엔을 넘겼을 것이다. 그만큼 일본 면세제도는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구조였다.

우리나라도 올해 1월1일부터 즉시환급제도를 시행중이다. 외국인이 체류하는 동안 면세판매장에서 구매한 물건 가격 100만원 한도 내에서 건별로 3만~20만원 구매하면 면세판매장에서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가 10%, 개별소비세가 5~20%로 일본의 8% 혜택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하지만 일단 한도가 일본의 50만엔(약 515만8250원)에 비해 낮은데다 1만개가 넘는 사후면제점 중에서 즉석환급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도 많지 않다. 제도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아쉽다. 또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이 홍보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정작 외국인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면세제도 개정 후 사후면세점 수가 1년 새 5800개에서 1만8000여개로 3배 이상 늘었다. 현재는 3만개에 달하며 연간 시장규모도 4조원에 육박한다. ‘일본 면세점’(Japan, Tax-fee Shop)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통일된 로고를 만들어 사후면세점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면세쇼핑 천국’이란 말이 나올만 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면세점 사업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대규모 ‘치맥’ 관광파티로 화제를 모은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들이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을 방문해 개장 후 최대 매출을 안겨주는 등 각종 진기록을 낳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 소비패턴이 실용적으로 바뀌면서 한국을 방문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규모도 줄었다. 유커는 2014년에 1인당 약 2095달러를 써 2013년에 비해 8% 감소했고 지난해 유커의 신용카드 지출액은 8.6% 줄었다. 반면 일본에서의 유커 1인당 소비는 작년 28만3832엔으로 전년비 23%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을 벤치마킹해 각종 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도가 자리잡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보다 적극적인 제도 확대와 홍보가 필요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