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 김치] 배추·무 값 뚝뚝..김장, 올해는 담가볼까?

문영재 기자I 2014.11.10 06:30:00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앞으로 김장 김치는 직접 담가 먹을 것 같아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주부 김민정(38) 씨는 최근 경기도 양평 소리산 마을 김장김치 체험장을 다녀온 뒤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친정에서 김치를 받거나 대형할인점에서 사 먹었던 김씨는 이번에 김장체험을 하며 초등학생 아이들도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예전보다 줄었다지만 아직도 한국인의 80%는 직접 김장을 하거나 친인척의 일손을 거든다. 특히, 올해는 배추와 무 값이 하락해 김장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비켜간데다 기상여건도 좋아 배추와 무를 포함한 김치재료의 작황이 좋기 때문이다.

◇ 배추·무 값 뚝뚝..“김장, 직접 담가보세요”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김치지수는 85.9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김치지수 첫 도입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김치지수는 4인 가족이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나 무 등 13개 품목을 구매한 비용을 지수화한 것으로, 올해 기준지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평년가격(23만4636원)을 100으로 설정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5개년 평균보다 시세가 높다는 뜻이고, 반대로 100 이하면 그만큼 값이 싸다는 얘기다.

올해는 배춧값 하락이 두드러졌다. 정부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배추 10만 톤을 시장에 풀지 않고 격리키로 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추가로 5만 톤을 폐기하기까지 했다. 무 값도 많이 내려갔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대형마트의 배추 20포기당 가격은 3만1450원으로 지난해 11월6일(3만5988원)보다 12.6%나 싸다. 무는 10개당 1만3332원으로 지난해 11월6일(1만2336원)보다 가격이 7.5% 떨어졌다.

김장 주재료인 배추·무 값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김장비용은 적게 들 전망이다. aT가 전국 16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김장 관련 13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김장비용은 17만3000원 선으로 지난해(17만000천원)에 비해 0.3% 내렸다. 대형유통업체(24개소)는 21만4000원으로 전년(21만7000원)보다 1.2% 하락했다.

김장 비용이 줄고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장 직접 담그겠다는 가정도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27~29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김장 의향을 물은 결과 86%의 가구가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배추의 구매형태별 선호도는 신선 배추 53.9%, 절임 배추 42.1%로 나타났다.

◇ 유네스코도 인정한 ‘나눔의 김장 문화’

김장은 여느 김치와 달리 여럿이 함께 담그고 나눠 먹는 게 제맛이다. 유네스코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오며 한국인에게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소속감을 증대시킨 중요한 유산으로 ‘김장 문화’를 높이 평가하며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실제로 광범위한 도시화와 서구화에도 한국인의 90% 이상은 가족·친지가 집에서 담아 주는 김치를 먹는데 이는 김장이라는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가족 협력과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동체 문화의 상징인 셈이다.

김장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작업을 주도한 박상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공동 작업인 김장은 한국사회의 정체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나눔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김치소비가 줄고 있는데 그들이 좋아할 만한 김치 가공음식이나 궁합이 맞는 음식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채린 한국식품연구원 소속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장도 “김장은 품앗이와 나눔 문화를 형성했는데, 우리 밥상에서 밥, 국과 함께 김치가 주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유산균 풍부한 김치, 아토피 피부염에 도움

김치는 웰빙음식으로 통한다. 유산균과 비타민, 섬유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200여 종의 유산균이 김치를 숙성시키면서 김치 맛을 낸다. 유산균이 많을수록 건강하면서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김치 유산균이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에 효능이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중앙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공동수행한 임상시험 결과다.

13세 이하 아토피 피부염 경·중증 환자 83명에게 12주 동안 김치 유산균을 섭취하도록 한 뒤 김치 유산균이 아토피 피부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한 결과 환자의 67%에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30% 이상 완화됐다.

김치에 대한 효능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김치를 세상에서 가장 값싼 건강보험’이라고 극찬했고,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도 지난 2006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뽑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은 직접 담근 김치 사진을 레시피와 함께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도 2003년 사스(SARS) 유행 때 ‘한국인이 사스에 걸리지 않은 것은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김치 열풍이 불었다.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것은 김치 때문이라는 속설도 2008년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밖에 김치는 당뇨병과 심장질환, 비만 등 성인병과 대장암, 위암의 예방·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희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김치 주재료가 채소이다 보니 비타민 A, B, C가 고루 함유돼 있고 젓갈 등 양념류 덕에 칼슘·칼륨·철·인 등 무기질이 풍부해 성인병에 효과적이고, 성인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과 여성에게 생기기 쉬운 변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