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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나무와 흙, 낙엽과 컵 등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나무를 쌓아 탑을 만들기도 하고 돌멩이로 특이한 모양도 만든다. 놀이터에서 하는 아이들의 흙장난 같지만 아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그런데 극장이 아닌 무용연습실에서 펼쳐질 친환경 놀이극 ‘페기와 데리’(22~26일)다. 영국에서 건너온 이 공연은 관객도 배우다. 직접 놀이에 참여해 연극을 완성한다. 낯선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존의 의미를 배워가는 게 아이들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이 놀이 연극이 만들어 준 셈이다.
극장이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예술의전당·국립극장 등 공공극장을 비롯해 민간극장까지 나서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을 잇달아 무대에 올린다.
△연극, 이제 아이들 차지…아스테지축제 올해도
이달 마지막 주 예술의전당과 대학로에는 아이들을 위한 연극축제가 펼쳐진다. 2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원에서 열릴 제22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한국본부)가 아동극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이 행사를 위해 8개국에서 12개 작품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빛’이다. 빛의 의미와 소중함을 잊어가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다양한 빛의 비유를 체험하게 해주겠다는 의도다. 100번째 생일을 앞둔 빅토리아 할머니의 삶에 대한 열정을 영화적 기법으로 무대에서 표현한 아동극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22~26일·예술의전당)을 눈여겨볼 만하다. 눈덮인 세상을 감각적으로 보여 줄 ‘스노우 아이즈’(26~28일·아르코예술극장)는 연극판 ‘겨울왕국’이다. 만 4세 이하 영아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베이비드라마로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다.
이 두 연극은 모두 덴마크 작품이다. 올해 축제는 한국·덴마크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덴마크 주간을 행사 주요 이슈로 잡았다. 이외에도 러시아 말리 아동청소년극단의 ‘리틀 필링스’(22~24일·아르코예술극장), 일본 우링코 극단의 ‘잠든 마을’(25~27일·대학로예술극장) 등이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스페인 시리키테울라극단의 ‘기린!’은 25일 예술의전당 밖에서, 26일과 27일에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공짜로 즐길 수 있다. 02-745-5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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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사회’는 아이들 세상에도…게임 같은 아동극
국립극장은 퍼즐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놀이극을 이달 무대에 올렸다. 내달 3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왜 왜 질문맨’이다. 일본극단 가제노코큐슈가 2003년 초연한 작품을 우리나라 사다리극단이 리메이크한 아동극이다. 일곱 살 호영이가 정의의 수호자 ‘질문맨’이 되어 ‘왜’를 싫어하는 괴물과 대결을 펼치는 게 줄거리다.
극에서 호영이의 질문을 가로막는 괴물은 아이와 소통하지 못하는 어른에 대한 상징이다. 다시 말해 ‘불통사회’에 대한 풍자다. 연출을 맡은 나카지마 켄은 “어른이 만들어낸 사고방식에 지긋지긋해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며 “아이의 발상으로 다양한 의문을 던져가며 상식의 틀을 의심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어른과 아이 모두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연극은 게임 같다. 무대 위에는 7개의 퍼즐세트로 말을 만들거나 동굴을 만들어 어린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02-2001-5780.
△친구의 장애 다시 생각하게…‘착한’ 연극도
극단 학전은 내달 24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아동극 ‘슈퍼맨처럼-!’을 선보인다. 초등학생 정호와 친구 태민이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꾸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연극이다. 극 중 태민이 휠체어, 하지보조기구 등 장애 보조기구를 직접 다뤄보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장애의 불편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착한 연극’이다. 학전 대표인 김민기가 폴커 루드비히와 로이 키프트의 원작을 번안·연출했고,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완성도도 신경을 썼다.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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