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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전투기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를

논설위원 기자I 2013.08.23 07:00:00
창군 이래 최대인 8조 3000억 원 규모의 차기전투기(F-X)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차기전투기 사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공군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주변국들과의 전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차기전투기가 이런 목적에 합당하려면 무엇보다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및 미국 보잉의 F-15SE가 그동안 차기전투기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의 최종 입찰에서 당초 유력시되던 F-35A는 가격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고, 유로파이터는 입찰서류 문제로 낙마했다. 결국 차기 전투기의 유일한 후보로 F-15SE만 남게 됐다.

문제는 F-15SE가 정부가 설정한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종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에 첫 비행을 시작한 F-15A를 모체로 하고 있는 F-15SE는 시제기조차 없는 설계상의 전투기다. 또 우리나라 공군용으로 처음 만들어지는 모델이다. 또 내부 무기 탑재실 등 부분적인 스텔스 성능만을 갖추고 있다.

주변국들이 운용중이거나 도입 예정인 차기전투기와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은 미국의 주력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과 젠-31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도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T-50 파크바를 개발중이다. 만약 독도나 이어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F-15SE가 이들 기종을 상대한다면 승리하기 어렵다.

차기전투기는 말 그대로 차세대까지 운용해야 하는데 앞으로 20~30년간 우리나라 영공을 수호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면 차기전투기 선정에서 적정한 가격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목표의 충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전쟁의 승패는 무기의 성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재정을 아끼려다 자칫하면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차기전투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 부족하면 차기전투기의 규모를 줄인다든지,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결정으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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