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하우스푸어에 워크아웃을 도입한다는 게 뭐죠? 어차피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 워크아웃제도란 게 있는데요.” <은행권 관계자>
기자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취재하면서 단순한 혼란을 넘어선 ‘갑갑함’을 느꼈다.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 당국도, 직접적인 실행주체인 금융권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헛다리만 짚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우스푸어 대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 백(신탁 후 재임대)’ 제도다. 시행 두 달이 지난 지금, 신청자는 달랑 3명뿐이다. 해당 대상자는 550가구에 달했지만, 정작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대상자 55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단 15가구만이 진정한 대상자였다”고 말했다. 15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우리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도 같이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애초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잘못된 현실 진단에서 출발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주택 담보가 있는 채무자(하우스푸어)를 워크아웃제도를 활용해 더 쉽게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하는 개인 워크아웃제도는 무담보신용대출자 중심이다.
주택담보가 있으면 심사가 더 까다롭다. 이를 개선하려면 은행이 가진 경매권(개인회생 시 주택담보 별제권)을 배제해야 가능하다. 은행들이 주택을 가진 채무자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 집이 경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직은 은행의 반발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해법은 ‘탁상’이 아닌 ‘현실’에 있다. 대책은 실제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3개월 이상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연체하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의 채무구조를 제대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대출을 연체해 본 적이 없는 정책 입안자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하우스푸어’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면 누가 하우스푸어인지, 도대체 이들이 어느 은행에 몇 %의 빚을 지고 있는지부터 조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