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혼조양상을 보였다. 유로존 국채시장이 안정세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미국 주택경기 지표가 또다시 부진하게 나오면서 부담이 됐다. 그러나 지수 하락 때마다 강한 반발 매수세로 막판 뒷심을 보였다.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45.57포인트, 0.35% 하락한 1만3124.62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62포인트, 0.19% 내린 1402.90을 기록했다. 다만 나스닥지수만 홀로 전일보다 1.17포인트, 0.04% 뛴 3075.32를 기록했다.
유로존 국채 입찰이 연이어 성공하며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최근 랠리에 따른 부담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의 2월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밖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악재가 됐다.
그러나 오전 금융주에 이어 오후에는 기술주가 강한 모습을 보이며 지수를 다시 위로 끌어올렸다. 징가는 소형 라이벌기업인 OMGPOP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2.46% 올랐다. 제너럴 일렉트릭(GE)도 1% 미만으로 상승했다.
구겐하임이 목표주가를 동반 상향 조정한 덕에 동반 상승하던 은행주는 매물이 나오며 등락이 엇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와 JP모간체이스가 1% 미만으로 하락한 반면 캐피탈원은 0.45% 상승했다.
휴렛 패커드는 PC와 프린팅그룹을 합치기로 했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2% 가까이 하락했다. 오라클은 전날 시장 예상을 앞지르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2.29% 하락했고, 제너럴밀즈는 연간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탓에 소폭 내려갔다.
머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암 치료제 승인을 거부했다는 소식에 소폭 하락했지만 협력사인 애리어드 파마큐티컬스는 오히려 1.46% 올랐다. 왓슨 역시 스위스 기업인 액타비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9% 가까이 급등했다.
◇ 버냉키 "에너지값 상승, 성장저해 우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함께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근 상승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순수하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상승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은 성장을 늦출 수 있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가솔린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적어도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을 야기할 것"이라며 "게다가 가계의 소비지출 능력을 약화시켜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상승하고 있는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쳤다. 버냉키 의장은 "경제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금리도 따라 올라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달러화도 금리 변화에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의 지속적인 부양조치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달러화는 지난 수년간 아주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왔다"며 "연준 정책은 달러화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 골드만삭스 "주식 사라..평생 한번 있을 기회"
최근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도 주식을 사라는 강력한 콜(call)을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이날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글로벌 주식 전략헤드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라며 주식 매수를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오펜하이머 헤드는 "그동안 주식은 채권에 비해 20년 가까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자수익을 올렸다"며 "이로 인해 현재 가치가 아주 저평가돼 있는 만큼 주식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이제는 채권 투자에 `긴 이별`을 고해야할 시간"이라며 "향후 몇년간 추세적인 상승흐름이 기대되는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매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신용경색이 해소되고 있고 배당수익률은 다시 채권수익률을 웃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재정 긴축조치와 은행과 소비자들의 디레버리징, 인구 고령화 등이 위험요인이긴 하지만, 기업 재무제표 개선과 이머징 경제의 인구 성장 등이 주식의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 美 기존주택판매 저조..부동산 회복 `아직`
미국의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미중개인협회(NAR)는 지난 2월중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0.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종전 4.3%에서 상향 조정된 1월의 5.7%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계절조정후 연율로 환산한 판매 주택수도 459만채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462만채를 밑돌았다. 반면 1월 판매 주택수는 종전 457만채에서 463만채로 상향 조정됐다. 기존주택 판매가 늘어나면서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 재고물량은 243만채로 4.3% 늘어났다. 현 판매 추세대로라면 6.4개월치의 잔고 물량이다.
다만 기존주택 판매 중 압류주택 비율도 34%로, 1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주택가격 하락세도 일시적으로 멈췄다. 2월중 기존주택 평균 판매가격은 15만6600달러로, 1년전 같은 달에 비해 0.3% 상승했다.
◇ 윌버 로스 "美 장기국채 버블, 곧 꺼진다"
미국 월가의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가 윌버 로스가 미국 장기국채에 낀 거품(버블)이 곧 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동안 시장에서 최고의 투자수익을 제공해온 미국 장기국채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 망령이 또다시 높아지면서 국채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인플레에 더 취약한 수익률 곡선상 끝부분에 있는 장기국채가 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스는 "만기 10년 또는 그 이상인 국채에 가장 큰 버블이 끼어있고 이는 곧 터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순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다"고 꼬집었다. 로스는 "개인적으로는 10년만기 국채보다는 차라리 주식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 가이트너 "유로존, 자체 위기 해결수단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유로존은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단을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추가 지원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유로존은 아주 부유한 대륙이며, 절대적으로 스스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때문에 IMF도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의 역할을 하는데 그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앞서 "유로존은 더 강한 방화벽을 쌓을 필요가 있으며, 유로존이 만약 스스로 방화벽을 쌓는 노력을 강화한다면 미국도 IMF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던데서 한 발 더 물러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또 "유로존은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유로존 경제가 더 강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일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