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애플측의 적극적 대응으로 한풀 꺾일 것 같던 중국공장에서의 열악한 근로조건 사태가 전직 중국 근로자들의 공개 서한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애플 하청업체인 대만 윈텍 공장에서 일했던 2명의 근로자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유독물질에 중독됐다고 밝히며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오 뤼-치앙과 지아 징-추안이라는 이름으로 서명한 공개 서한을 주주 권익운동사이트인 섬오브어스(SumOfUs)에 보낸 이들은 자신들의 편지를 읽는 독자들이 중국 공장 근로조건 개선을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노말헥산이라고 불리는 애플 `아이폰` 액정 세정제로 인해 중독됐다며 이제는 신경계통에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에서 그들은 "여러분들은 우리를 모르겠지만 우리가 일했던 곳은 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최근까지도 쑤저우 공장에서 `아이폰` 터치스크린을 조립하는 일을 오랜 시간 해왔고 이미 확인됐듯이 그 과정에서 우리를 포함한 137명의 근로자들이 노말헥산이라는 물질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크린을 씻어내는데 쓰이는 물질인데, 중독될 경우 눈과 피부 등에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엔 신경계통에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은 이런 문제를 그동안 방치해왔다"며 "만약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겪은 일들을 알게 된다면 애플은 작업환경 개선에 압박을 느낄 것이고, 다른 근로자들은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애플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적절하지 못한 감독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날 오후에 있을 애플 주총에 맞춰 서한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오브어스는 이미 청원에 8만2000명이 서명했고 총 1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미국의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FLA)에 팍스콘 등 중국 납품 공장들의 노동환경을 감독하도록 맡겼는데, 이 단체는 조사를 진행한지 1주일도 안돼 "수천가지의 이슈가 있지만 실제 근로조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양호하다"고 밝혀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야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