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정치권이‘FTA(자유무역협정) 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양국 정부가 이달에 국회에 제출키로 해 속보로 바뀌었다.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한 한·유럽연합(EU) FTA 비준동의안의 불씨와 갈등도 진행형이다. FTA가 올 하반기를 관통할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당 간 대치와 여론전도 달궈지기 시작했다. 한·EU FTA 비준 때 내홍을 겪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선 더 강해진 연대 전선을 펼 것으로 예상돼 갈수록 여야 간 전운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FTA 문제가 본격화하면 ‘성장 확대냐, 양극화 심화냐’는 찬반 논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에 대한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시각차가 내연해 있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한국은 개방하면 이익을 보는 나라”라면서 FTA가 한국 경제의 성장촉진제 역할을 하고, 경제시스템도 한 단계 도약할 것임을 강조한다. FTA 체결이 세계적 추세여서 피할 수 없다는 불가피론도 덧붙여진다.
반대로 FTA가 발효되면 농·축산업 등을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궁극적으로 산업 간, 대·중소기업 간, 사회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가와 기업은 성장하는데, 중산층·서민층의 소득은 줄어드는 현상도 FTA 논전에 맞물릴 상황이다. 야권은 한·EU 및 한·미 FTA 모두 정부의 밀어붙이기, 부족한 피해대책 등 준비·절차상의 중대한 결함도 제기하고 있다.
논전은 야권에서 먼저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FTA 자체가 양날의 칼”이라며 “이득을 보는 쪽이 있고 손해를 보는 국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를 오직 국익으로만 상대하는 논리 자체가 흑백논리이고 당이 그것에만 매여서도 안된다”며 “피해 산업과 국민에 대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 한·EU FTA는 민주당의 강령과 목표인 보편적 복지국가와 충돌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본질적 접근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FTA 대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도 불구하고 후속대책 마련이 미완인 데다 한·미 FTA 문제가 얹어지면서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선 첨예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야권이 한·EU FTA 처리 과정에서 삐걱거린 것을 계기로 ‘한·미 FTA 공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내년 총선·대선에서의 야권연대에도 영향을 줄 사안인 까닭이다.
손 대표는 “야4당의 공조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정책에 대한 민생동맹이고 한·미 FTA에서도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정부가 한·미 FTA를 한·EU FTA와 같이 졸속으로 강행처리를 하려 한다면 그때는 2008년 촛불집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도 FTA가 가진 폭발력을 감안해 일단은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야당과 이야기를 나누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충분한 대안을 만든 뒤 체결 시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개진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FTA를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여야 간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