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황태자 김정은 권력승계 속도조절하나

노컷뉴스 기자I 2011.04.08 07:25:39

예상 빗나간 최고인민회의…세대교체도 `미미''

[노컷뉴스 제공] 세계의 시선이 7일 평양으로 쏠렸으나 무대는 예상보다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 회의를 앞두고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방위원회 진출 여부가 주목됐지만 정작 회의는 김정은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폐막했다.

지난 1998년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국방위가 북한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작년 9.28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등장한 김정은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빗나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당분간 속도조절을 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정은이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으로 파격 등장한 이후 불과 6개월여 만에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국방위에 진출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 이후 서서히 국정 장악으로 보폭을 넓히는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후계수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권부가 현재로서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의 가속이 자칫 김정일 체제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레임덕을 앞당길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후계자 신분의 김 위원장 권력이 커지면서 김일성 주석의 권력이 급격히 축소되는 것을 목격했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중시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후계자 신분의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에 데뷔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위상 약화를 감안한 호흡조절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속도조절은 역설적이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정은이 이번 회의에서 국방위에 진출했다면 북한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유고시 권력공백을 우려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겠지만 이 같은 완급조절은 반대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 비교적 양호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국방위 진출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자 북한이 '강성대국의 해'로 설정한 내년 4월 열릴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일각에서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을 주도할 국방위와 내각의 세대교체도 점쳤지만 정작 별다른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이뤄진 북한 지도부 개편은 주상성 부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인민보안부장에 리명수 국방위 행정국장이 선임되고 전병호 국방위원 자리를 박도춘당 군수담당 비서가 대체했으며 리태남 부총리가 신병으로 해임된 정도다.

리명수 신임 부장이 74세이고 박도춘 국방위원은 작년 당 대표자회에서 이미 당비서가 됐다는 점에서 새대교체 등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새 직책을 받지 않았고 눈에 띄는 세대교체도 없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9.28당대표자회를 통해 구축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서두르지 않고 다져나가겠다는 북한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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