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올해 제대로 수익을 내나 했는데 겨우 적자나 면할 듯 싶습니다"
증권사들의 1년 결산(3월)이 다가왔다. 이번 회계연도에는 `아차!` 사고로 일년 농사를 망친 증권사들이 두 곳이나 등장했다. 실적이야 근본 경쟁력이 있다면 다시 끌어 올릴 수 있을 터. 하지만 성과급이 날아가는 바람에 허탈해하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담당 직원의 주문실수로 전년 수익의 두배가 넘는 268억원을 허공에 날린 골든브릿지증권이 입은 타격은 상당하다.
단순히 300억원 가까운 금전적 손실을 입은데 그치지 않는다.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시스템 미비로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의 생명인 `신인도`에 금이 간 것이다.
한 증권사의 선물옵션 딜러는 "딜러마다 운용할 수 있는 자금 한도가 정해져 있어 한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차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 증권사의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개장전 예약거래까지는 차단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못한 곳이 많다는 설명이다.
골든브릿지는 비용문제로 한국거래소의 범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직원들의 사기 역시 말이 아니다. 오랫만에 두툼한 성과급 봉투를 기대했던 직원들은 산산히 날아간 꿈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관계자는 "일부 실적이 좋은 직원들에게는 개별 성과급이 지급되겠지만 겨우 적자를 면한 상태에서 전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주문실수로 골든브릿지의 일년 농사를 날린 해당직원 역시 지난해 파생상품 매매로 10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려 거액의 보너스가 예정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1월, 11·11옵션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하나대투증권 또한 속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고객사인 와이즈에셋의 결제대금 760억원을 대신 물어줬던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이 사건만으로 57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따로 쌓았다.
2010년 회계연도 하나대투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26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중 지난해 판 본사 건물의 매각차익이 1600억원이나 돼 실제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최대 1400억원 수준이다. 573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뼈아픈 이유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와이즈에셋측 대주주가 변제 의사를 피력해 오는 등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두 손실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