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으로 왔다 사장님 됐어요

조선일보 기자I 2006.04.03 08:00:10

프랜차이즈 본점 만들기

[조선일보 제공] 작은 점포에서 시작,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해 기업을 키워나가려는 꿈을 가진 사업가가 많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빠른 시간에 전국적인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한 창업자의 비결을 들어본다.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으로 방문했다가 가맹점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많아 프랜차이즈 업체로 전환한 경우다.


머플러·숄 등 손뜨개 제품 및 재료를 판매하고 뜨개질을 가르치는 업체인 ‘바늘이야기’의 송영예(38) 대표. 송 대표는 취미 겸 태교를 위해 시작했던 뜨개질 하나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8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거느린 사업가로 변신했다.

송 대표가 뜨개질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솜씨가 늘면서 PC통신에 컴퓨터 동호회를 운영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재료는 어디서 샀는지 등 노하우를 묻는 회원들이 많았다. 그는 외국 서적과 잡지를 읽으면서 손뜨개 방식이나 소재 등에 대해 연구를 했다. 1999년 쇼핑몰을 겸한 손뜨개 전문 정보사이트를 개설했다. 일산의 한 대형 할인 마트에 10평짜리 매장을 내면서부터 사업이 커졌다. 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온 것. 직영점이 성공을 거두면서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졌다. 2001년 송 사장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자 가맹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가맹점의 주요 매출액은 손뜨개 재료 판매. 최근에는 고급 수제 손뜨개 의류를 원하는 맞춤형 주문 제품 판매가 늘어나 매출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송 대표가 쓴 뜨개질 책은 국내는 물론 중국까지 진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다양한 종류의 단추를 판매하는 쇼핑몰 ‘단추이야기’를 새로 시작했다.

양념돼지갈비 전문점 ‘스카이돈’ 조중규(34) 사장 역시 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가맹점이 모집된 경우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3년 동안 가격파괴형 돼지고깃집을 운영했던 조 사장 식당은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장사를 하면서 조 사장은 가격파괴점의 노하우를 깨달았다. “가격파괴는 인건비와의 싸움이라는 점,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장이 대형이어야 한다는 점, 고객들의 지속적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차별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안산에 107평짜리 양념갈비 전문점을 열었다. 상권의 끝자락이어서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불리한 입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 오픈 전 두 달간 1t의 고기를 써가면서 맛을 개발했다. 그 결과 최적의 양념 배합 비율을 만들었다.

스카이돈은 3인분에 9900원인 가격파괴 고깃집. 조 사장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독특한 운영방식을 도입했다. 고객이 선불하고 직접 고기 그램 수를 달아서 가져가는 대신 가격을 저렴하게 제공한 것. 매장을 열자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주말에는 하루 매출이 600만원까지 올랐다. 지금의 가맹점 1·2호점 점주들은 손님으로 왔다가 맛을 본 후 가맹점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인연을 맺게 됐다. 소문을 타고 가맹점이 늘어나 현재 10여 개가 운영 중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가맹점 요청이 많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함부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가맹점 수가 많지 않을 때에는 본사 운영비, 광고 홍보비, 물류비 등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일확천금의 꿈보다는 건전하고 선진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범기자 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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