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또 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3000억원,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4조5000억원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2분기에 이어 3분기(17조3000억원)에도 큰 폭으로 늘어나며 가계빚 증가를 주도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빚은 곳곳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가계빚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는 금융 불균형 심화다, 금융불균형이란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말 현재 100.2%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유일한 나라다. 둘째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고갈시켜 불황과 저성장의 원인이 된다. 최근의 경기 침체는 가계빚이 과다한 상황에서 고금리의 장기간 지속에 따른 소비 위축의 탓이 크다.
셋째는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가계빚 대부분이 주택시장에 흘러들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20~30대 젊은이들을 ‘영끌’에 나서도록 유도해 ‘가계빚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26배(2023년 상반기)로 OECD 평균(11.9배)의 두 배를 넘고 있다.
가계빚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발표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가계빚 증가의 원인으로 정부의 주택 관련 정책금융 확대를 지목했다.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부동산 대출규제를 풀고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주택자금 공급을 늘린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뒤늦게 대출 옥죄기에 나섰지만 지난달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섣부른 부동산 경기 부양이 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