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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의 선행조건을 한전의 자구노력이라고 밝혔던 만큼, 고강도 자구책 없이는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한전의 구조조정 노력을 더 지켜보면서 유가, 국내 경기 등 종합적으로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주무부처 장관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입장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당정 협의 등을 뚫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의 자리에서 ‘물가 안정’을 전 부처에 주문하자, ‘전기요금 인상불가’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없이는 당장 한전은 내년에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전은 현재 부족한 자금을 한전채 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 그 규모가 이미 80조1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이미 상반기에만 8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적립금을 깎아 먹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초 한전채 법정 발행 한도(자본·적립금의 최대 6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석유·석탄·가스 가격 급등 여파로 올 상반기까지 누적 47조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6월 말 기준 총부채도 201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정부는 작년 4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40.4원(39.6%) 인상했으나, 아직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경영난에서 벗어나려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4분기에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은 내년부터 한전채 발행이 불가능해지고 전기를 사올 돈을 구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전 부실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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