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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형사의 타격이 컸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상반기 1조30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며 코스피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95.36% 줄어든 수치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 감산에 나섰지만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며 업황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백을 현대차(005380)가 메우고 있다는 평가지만, 역시 하반기 양호한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는 1분기와 2분기, 상장사 최대 영업익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9.52% 증가한 7조830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글로벌 수요 둔화가 현실화하며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반기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3조 6761억위안(약 675조 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4.5%)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 상황에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애초 6.4%에서 4.8%로 낮춰 잡았다. 바클레이즈(4.9%→4.5%), 미즈호(5.5%→5.0%) 역시 하향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경기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경제를 불안감에 몰아넣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증시까지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경기 지표가 좋은 미국의 상황도 상장사에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이달 초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한 데 이어, 무디스가 7일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했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들의 등급 강등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변동성이 심화하자 안전자산인 달러와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원 오른 134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사이 75.4원 급등했다.
글로벌 경기의 향방이 불확실해지자 하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3분기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3% 감소했는데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코스피 대형주의 전망치는 1.7% 줄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진한 수출과 마진 전망 하락 속에 3~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면서 “반도체의 실적은 3분기에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중국 부동산 이슈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업종과 철강, 화학 등 산업재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