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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ㆍ중 갈등에 낀 한국 반도체...정부, 총력 외교 나서야

논설 위원I 2023.05.26 05:00:00
한국 반도체산업이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내몰렸다. 중국 사이버정보국은 지난 21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면서 자국의 주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게 미국 기업 마이크론의 반도체 제품 구매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같은 날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대중국 압박 강화에 대한 보복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는 대중국 수출 증가라는 어부지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될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한국 반도체는 더욱 심각한 안팎곱사등이 처지에 빠졌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조치에 대해 “근거 없는 제재”라며 “주요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술 더 떠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대놓고 “한국이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상무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의 기술력이 낮아 미국산을 멀리하면 한국산을 가까이해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은 수년 전부터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줄여오는 동안 자국산과 함께 한국산 제품 구매를 늘렸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 전면 중단을 계기로 미국이 이 같은 대체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부지리를 취한다는 인상을 미국에 주지 않으면서 중국 내 매출을 늘려갈 묘책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도 미·중 갈등의 틈새에서 한국 반도체의 입지를 가능한 한 넓혀보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안에 대한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보낸 것도 그 일환이다. 의견서에서 정부는 미국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 허용 폭을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실리외교, 균형외교밖에 없다. 미국과 동맹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중국과 윈-윈의 경제적 실리를 도모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반도체 기술의 압도적 글로벌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계속 확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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