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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 미녀’는 샤를 페로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를 재창작했다. 도가머리(머리털이 부스스하게 일어선 모습)를 한 추남 왕자와 뛰어난 외모에 비해 부족한 지성이 고민인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동화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들은 겉모습의 추함마저 아름답게 생각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소설과 연극은 동화 속 두 인물을 각각 천재 조류학자 데오다와 미녀 모델 트레미에르로 재해석했다.
백석광은 202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연극계 실력파 배우다. 이번 공연의 유일한 초연 멤버이기도 하다. 백석광은 “초연 때는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관객에게 이 작품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했다. 작품이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라고 초연과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김소이는 그룹 티티마, 밴드 라즈베리필드 출신 가수이자 영화·드라마 등에서 활동한 배우다. 연극 출연은 지난해 대학로에서 공연한 ‘임대아파트’ 이후 두 번째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이 안 선생님에게 무릎을 꿇고 ‘농구가 하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추남, 미녀’ 초연 소식을 듣고 이대웅 연출에게 SNS 메시지로 ‘연극이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소이는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정말 좋아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하고 싶었다”며 “연극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더 넓어지는 걸 느낀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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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다 잘 안 풀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하루는 이지혜 배우가 아코디언을 들고 와서 그 장면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엔 소이 누나가 기타를 들고 왔고요. 그 장면은 두 배우가 각각 보여주는 모습이 달라서 전혀 다른 버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백석광)
“‘위어드’(weird, ‘기이한·기묘한’이라는 뜻)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예전엔 이 단어가 부끄러웠는데, 점점 자라면서 나의 세계가 더 견고해진다는 칭찬으로 느껴져요.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것, 그 이상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 작품을 통해 관객과 나누고 싶어요.”(김소이)
작품 주제인 아름다움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소이는 “슬픔”, 백석광은 “만남”을 아름다움의 정의로 꼽았다. 김소이는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슬프지만, 그렇기에 그 찰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소중하다”며 “관객들이 ‘추남, 미녀’를 보는 90분을 잘 기억해준다면 아름다운 찰나가 조금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광은 “아름다움은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다”며 “각자 생각하는 여러 아름다움이 함께 만날 때가 진짜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남, 미녀’는 오는 12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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