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팀장은 ‘빅이슈 판매원’(빅판)을 돕는 봉사자 ‘빅돔’으로 빅이슈와 처음 연을 맺었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서울역에서 처음 노숙인을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기회를 주는 빅이슈와 함께 일하고 싶어 입사했다”고 말했다.
빅이슈는 홈리스들이 자주 모이는 무료급식소 등을 돌며 모집 전단을 나눠주지만, 결국 실제 빅판이 되는 데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팀장은 “빅이슈는 ‘스스로 도우려는 사람들을 돕는다’”라며 “전단을 받아들고 두 시간을 걸어왔다, 수첩에 사무실 주소를 적어 겨우 찾아왔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들이 자립할 기회를 주고, 잡지를 사면서 이들과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지난 3년, 코로나19 유행은 빅이슈에도 난관이었다. 이 팀장은 “직접 인사를 나누고, 서로 웃어주며 손에서 손으로 잡지를 건네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일부 나라는 락다운이 이뤄지며 잡지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빅이슈코리아의 경우, 잡지 판매를 통한 직접적인 수입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삼성이 후원하는 나눔과꿈사업을 통한 지원으로 최소한의 주거를 보조해 빅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빅이슈는 잡지 판매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홈리스 상태인 이들과 사회를 연결해주고 있다. 국제행사인 ‘홈리스 월드컵’을 포함해 합창과 드로잉, 바리스타 수업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의 감각을 깨우도록 돕는다. 이 팀장은 “경제적인 부분만으로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주거’를 회복해 주민등록을 되살리고, 시민권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경험까지 하다 보면 눈빛에 생기가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의식주 무엇하나 빠뜨릴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 삶을 유지하고 사회와 함께하기 위해선 그 외의 활동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딛은 빅이슈는 전자판 발행, 정기구독 등 시민들과 잡지의 접점을 늘릴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정기구독자들을 위한 배송 포장, 직접 만든 수제 누름 꽃 책갈피 만들기 등의 작업엔 빅판 활동에 애로를 겪는 여성 홈리스들도 참여한다. 빅이슈는 이르면 5~6월 중에는 전자책 버전과 더불어 QR코드를 통한 판매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다양한 부분에서 접점을 늘려가는 게 코로나19 이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삶의 동선 외에서도 빅이슈를 만나고, 함께하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다시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서로 미소를 나누는 경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마스크 아래에서 웃지 못하고 힘겹게 버텨 온 ‘빅판’을 만난다면 웃음과 눈인사를 나눠달라, 그게 가장 큰 힘이 된다”며 “일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다시 느끼고, 함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