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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배당·충당금 총 9조…1위 금융사는?

이명철 기자I 2023.02.10 06:00:00

작년 순이익 15조8506억원, 전년대비 9% 증가한 최대치
배당규모 4조, KB·신한 ‘1조 클럽’&하나·우리 “분기 배당”
경기침체 대비 손실흡수능력 확충 요구, 충당금 5조 쌓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금융그룹들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과 충당금 적립에 할애했다.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배당을 확대하는 한편 경기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한 것이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쏟은 배당·충당금은 총 9조원이 넘는다. 이중 KB금융그룹이 가장 많은 배당과 충당금 적립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작년 4대금융 순이익 껑충…주주환원도 늘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14조5428억원)대비 9.0%(1조3078억원) 증가했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KB금융 4조4133억원, 하나금융 3조6257억원, 우리금융 3조1693억원 순으로 많았다.

모두 전년 수준을 경신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기업 대출의 안정적인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개선됐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이익 개선에 힘입어 배당 규모도 확대됐다.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배당액(지주사 기준)은 총 4조416억원으로 전년(3조7505억원)대비 7.8% 가량 늘었다. 배당액뿐 아니라 KB금융은 3000억원, 신한·하나금융 각 15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지난해 배당액 규모로 보면 KB금융이 1조149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1조1455억원)과 비교하면 0.3%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이어 신한금융도 1년 새 4.4% 늘어난 1조928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1조 클럽’인 KB·신한금융은 앞으로도 배당성향은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서영호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금 배당은 전년도에 비해 줄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고 이태경 신한금융 CFO도 “주당 현금배당액은 견조하게 유지 또는 증가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 배당액은 9767억원, 우리금융 822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8.1%, 25.7% 늘어난 수준이다.

앞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분기 배당을 지금 검토 중인 상황은 맞다”고 했고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2분기 분기 배당을 본격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당금 쌓아놔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대응

지난해 특징 중 하나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충당금(대손충당금·신용손실충당금 등) 규모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가 지속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먼저 쌓고 있는 것이다.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충당금은 총 5조1031억원으로 전년(3조2517억원)은 물론 2020년(4조89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최근 손실흡수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준비금을 쌓으면 배당 여력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복현 금융위원장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췄는지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KB금융이다. 전년대비 54.9%나 늘어난 1조8359억원을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전입했다. KB금융은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는 과정에서 당기순이익이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를 밑돌며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만큼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대손충당금으로 1조3057억원을 적립했다. 전년대비 31.0% 증가한 규모로 미래 경기 전망과 손실흡수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2021년 5332억원에서 지난해 1조1135억원으로 108.8%나 늘렸다. 우리금융도 대손비용으로 전년대비 57.9% 증가한 8480억원을 채워넣었다.

충분한 충당금 적립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리스크에서 손실 발생 가능성을 줄여줄 것으로 은행권은 기대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올해 연체 우려와 관련해 “예상 연체율이 늘어날 수 있지만 담보 비율도 일정 부분 상승하고,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으로 손실흡수능력도 강화해 대손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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