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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인구감소지역 89개와 관심지역 18개 등 107개 기초자치단체 등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서울대 등 명문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총선에 도입되면 소멸 우려가 큰 인구감소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 기준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253명으로 전체(300명) 84.3%에 달한다. 우리나라 시·군·구가 229곳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론 시·군·구 1곳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평균 1.1명으로 1명 이상 선출돼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선거구 인구 하한인 13만 9000명을 넘기지 못한 상당수 지역에서 1명의 국회의원도 뽑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89개 중 국회의원을 1명 이상 선출하는 시·군·구는 대구광역시 서구 단 한 곳뿐이다.
인구감소지역이 속한 광역자치단체 11개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인구 하한선을 넘긴 곳이 원주시, 춘천시, 강릉시 등 3곳뿐이다. 또 강원도 내 인구감소지역 12개 중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등은 4개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1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지역 주민의 요구가 중앙에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충분한 검토없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선거 제도를 바꿀 경우, 이 같은 구조가 한층 심화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계층 간 교육 불평등 심화로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인구감소지역은 2~4개 지역을 묶어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하다 보니, 이들 지역 출신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 지역 민의를 전달할 국회의원 1명도 갖지 못하는 지역에선 중앙정부의 예산을 배정받아, 인구 유입을 위한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이상민 장관이 거론한 일자리와 교육 여건은 물론, 지역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정치력이 필수적인 요소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발언권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신중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