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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둔화에 3대지수 하락 압력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0% 하락한 3만3980.32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2% 내린 4274.04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5% 내린 1만2938.12를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64% 내렸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 압력을 받았다. 개장 전 나온 미국 소비 지표는 예상을 밑돌았다.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미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 증가)를 하회했다.
특히 자동차·부품(-1.6%), 의류·액세서리(-0.6%), 백화점(-0.5%) 등에서 소비가 크게 줄었다. 그 대신 온라인 판매(2.7%), 잡화점(1.5%)에서는 소매 판매가 늘었다. 인플레이션 폭등기를 거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기름값 하락으로 절약한 돈을 다른 상품들을 사는데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CNBC와 만나 “인플레이션이 식료품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부유한 가정들조차도 (가격이 싼 상품을 찾아서)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다”며 “사람들은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오로지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직결돼 있다.
이 와중에 미국 7위 유통업체인 타깃이 어닝 쇼크를 보이면서 투심을 짓눌렀다. 타깃은 올해 2분기 39센트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72센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서는 90% 가까이 급감했다. 소비 부진 탓에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할인 행사를 실시하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이에 타깃 주가는 2.69% 하락했다.
◇경기 연착륙 고민 드러낸 연준
시장이 주목한 연방준비제도(Fed) 의사록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함께 시사했다.
연준이 이날 내놓은 올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참석자들은 “고용과 물가 안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긴축 정책 기조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경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당분간 그 수준(현재의 긴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와 함께 “통화 긴축을 강화함에 따라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 활동과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했다. 긴축 속도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FOMC 위원들이 추정한 중립금리는 2.25~2.50%라고 의사록은 전했다. 지금이 딱 중립금리 수준이라는 것은 추후 금리 인상부터 본격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하강을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이 2% 중반 정책금리 레벨에서 신중론 쪽으로 기울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3대 지수는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에 장중 하락 폭을 줄였다. 그러나 3대 지수는 장 막판 다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의 크리스 라킨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은 최근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던 금리 인상 둔화 신호를 찾고 있다”면서도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민첩성을 유지하고 변동성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폭등’ 사정 더 나쁜 유럽
국제유가는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8% 상승한 배럴당 88.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날 나온 원유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705만 6000배럴 감소한 4억 2495만 4000배럴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10만배럴 증가)를 큰 폭 하회했다.
경기 상황이 더 심각한 곳은 유럽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G7 선진국 가운데 처음 두자릿수 이상 물가가 폭등한 나라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에 에너지 요금이 상향 조정되면 물가는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이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4%,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97% 각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