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배우 김주연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내 글은 세상에서 인정받기를 바라요”라는 노랫말에서 세상의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문학만을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고 싶었던 한 여성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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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쓴 시로 잘 알려진 작가다. 시보다 더 유명한 것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기구한 인생이다. 8세 때 겪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9세 때 자살을 첫 시도했고, 21세에 또 한 번, 그리고 31세에 마지막 자살 시도를 해 생을 마감했다. 죽음 이후에 비로소 예술성을 평가받은 비운의 시인이다.
이날 연습으로 접한 ‘실비아, 살다’는 예상과 달리 밝은 분위기의 음악과 춤이 인상적이었다. 시가 써지지 않는 실비아에게 테드가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라”고 조언하는 장면에선 유쾌한 분위기의 노래로 주인공의 고뇌를 한층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실비아와 테드가 지인들을 초대한 식사 장면에서 나오는 ‘술 탄 물’ 넘버에선 배우들의 흥겨운 춤이 활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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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삶을 다루게 된 것은 조 연출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됐다. 배우로 먼저 활동했던 조 연출은 뮤지컬 연출의 꿈을 안고 뉴욕 유학을 다녀온 뒤 우울증을 경험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얻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직접 썼다. 조 연출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받는 것의 의미, 그리고 힘든 세상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연극, 대중음악, 드라마 등에서 활동해온 김 작곡가가 여러 장르의 음악으로 작품에 생동감을 더했다. 김 작곡가는 “조 연출이 제안한 음악적인 콘셉트가 굉장히 다양했다”며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장르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것이 우리 작품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2020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아카데미, 2021년 예스24 스테이지 쇼케이스 등의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쳤고,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사업으로 정식 초연에 오른다. 배우 선발도 철저하게 오디션으로 진행하는 등 작품성으로 대학로 뮤지컬 시장에 승부를 건다는 각오다. 두 사람은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삶과 밀착된 뮤지컬로 관객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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