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원자력계 "신한울 3·4호기만? 천지·대진 원전 건설도 재추진해야"

김형욱 기자I 2022.03.25 05:00:00

김영식 의원, 대선 후 첫 원자력 세미나 개최
''백지화'' 천지·대진 1·2호기 건설 재추진도 촉구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마련계획 구체화 요구도

[이데일리 김형욱 윤종성 경계영 기자] 원자력계가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설계수명 종료 예정인 기존 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수명연장)은 물론 앞서 백지화된 신규 원전건설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원자력계 최대 과제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마련 계획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자력 학계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이달 9일 대통령선거 이후 처음 열린 원자력 세미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원자력발전소(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한 원전 확대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천지·대진 원전 1·2호기 건설도 재추진해야”

행사를 주최한 김영식 의원은 “원자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과 경제성 등을 고려한 최선의 대안”이라며 “신한울 3·4호기는 물론 원래 추진키로 했었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새 정부 주요 과제 발제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은 원래 하려던 것일 뿐”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설계수명이 끝나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장)과 함께 백지화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부지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자력 학계와 관계기관 전문가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도 사견을 전제로 “당장 시급한 2030년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위해서라도 원전이 필요하다”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시 이미 착수하기는 했지만 더 잘 이뤄지도록 도전적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학과장)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소야대’ 국회 아래 원자력계의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국민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마련 계획도 서둘러야”

원자력계의 최대 난제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가 쌓이고 있으나 아직 중간·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하지 못했다. 원자력계는 일찌감치 관련 기술(파이로 프로세싱)을 확보했으나 국내에선 이를 실증할 곳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은 “공론화나 재검토위위원회를 여는 식으로 비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고 (전문가는) 책임회피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며 “현 파이로 프로세싱은 한미공동연구 미국 실증을 끝내는 등 현재도 안정 기술로 평가되는 만큼 국민 수용성을 위한 충분한 검증을 거쳐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중 영구처분시설 예시. 핀란드 심층처분에 활용하는 다중방벽시스템이다. (사진=산업부)
정부도 지난 2016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1차)을 수립했다. 또 현 정부의 공론화 과정까지 거치며 지난해(2021년) 12월 2037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마련한다는 제2차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구 소장은 그러나 “2차 기본계획에서도 아직 처리기술 등이 불분명하다”며 “현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특별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금 즉시 관리시설 부지 적기 확보를 위한 지역사회·국민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기관은 일관성 호소 “정책 바뀔 때마다 혼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정부 산하 관계기관은 정책 일관성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최득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장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과 범 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지원 필요성을 호소하는 동시에 새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협력사의 피해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수원은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설계수명 종료예정) 원전 해체 계획을 수립했는데 다시 계속운전(수명연장)을 한다면 협력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0기는 2030년 내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준정부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의 이재학 고준위추진단장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1~2차 기본 틀에는 차이가 없다”며 “재론 여지가 없는 만큼 이제는 여기에 맞춰서 실현 가능한 기술과 이를 실행할 부지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달라”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원자력 정책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도 참석해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원전 안전 운영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적기 이행을 약속했다. 또 축소한 관련 조직·인원·예산 확보와 국민 설들에 원자력계도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원자력학회장)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기다리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관계부처도 더 권위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 현 원전의 가동률 유지와 연구자금, 전문성 확보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상업운전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2호기 모습. UAE 바라카 원전 1~4호기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첫 수출 원전으로 최근 차례로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