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자 30분 만에 띵동"..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전쟁 '활활'

김범준 기자I 2022.01.05 05:30:00

<2022 소비트렌드 - (상)근거리 즉시 배송>
"1시간도 느리다"…분 단위 속도경쟁
배민 B마트 FC, 7000여개 상품 구비
쿠팡이츠마트, 단건 배달로 틈새공략

‘더 빨리, 더 맛있게, 더 특색있게’. 올해의 소비 트렌드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다. 코로나19 이후 상품을 더 빨리 배송하기 위한 업체 경쟁이 격해지고 있으며 소비가 폭증한 가정간편식(HMR)은 편리함을 넘어 더 맛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게 화두다. 패션계에서는 취향이 까다로운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 주는 ‘버티컬 플랫폼’이 대세가 됐다. 이데일리는 3회에 걸쳐 △근거리 즉시 배송 △일상이 된 HMR △패션 버티컬 플랫폼 등을 주제로 올해 소비트렌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직장인 김의령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배달앱 배달의민족 ‘B마트’를 통해 장보기를 마쳤다. 저녁거리와 필요한 생필품을 고르고 주문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집에 도착한지 30분 만에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김씨는 집 현관문 앞까지 배달 온 배민라이더가 건네는 장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서울 시내 한 배달의민족 B마트 FC(풀필먼트센터)에서 담당 직원이 즉시 배송을 위해 접수한 주문 물품을 담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국내 유통 업계에서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 배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온라인 쇼핑 등 전자상거래를 통한 익일 또는 당일 배송에 그치지 않고 1시간 혹은 30분 이내 목적지까지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면서다.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배달을 접목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시장 선점을 두고 업계에서 속속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이 불붙고 있다.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약 4년 전인 지난 2018년 ‘배민마켓’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19년 ‘B마트’로 서비스 명칭을 변경했다. B마트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는 오프라인 소매점포가 아닌, 온라인 마트와 도심 내 소규모 물류거점을 결합한 일종의 ‘다크 스토어’(dark store) 형태다. 배달의민족 앱 내 B마트 코너를 통해 주문을 받고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1시간 이내로 생필품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시초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 여파로 온라인 주문과 집 앞까지 빠른 배송 등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고 보편화 되면서 배민 B마트는 단숨에 퀵커머스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이 중 B마트 매출은 약 1450억원, 주문 건수는 1000만건에 달하는 선두 주자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 운영을 위해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 지역에서 권역별로 약 30여개의 도심형 물류창고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 이하 FC)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FC를 5곳 더 늘렸고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C마다 자체브랜드(PB) 등 7000여개 제품을 상시 구비해두고 판매한다.

▲배민 B마트 이용 화면 모습.(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서비스 가능 지역 내 소비자가 B마트를 통해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 상품들을 결제하면 인근 FC로 주문이 바로 접수된다. FC에서 근무하는 크루(직원)들이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진열대에서 해당 품목들을 찾아 곧장 ‘피킹’(picking·고르기)과 ‘패킹’(packing·포장하기) 작업을 한다. 주문이 몰리는 특정 시간과 많은 수량 건을 제외하면 통상 주문 완료부터 상품 피킹·패킹까지 5~10분 안팎이면 끝난다.

이렇게 준비가 된 상품 꾸러미를 근처에서 호출을 받은 배민라이더(정식 배달원) 혹은 배민커넥터(일반인 배달 아르바이트)가 수령해 배송을 시작한다. 픽업과 동시에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주문자에게 알림이 뜨고 라이더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라이더는 곧장 경로를 따라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혹은 도보 등 각자의 수단을 활용해 주문자 주소 현관문 앞까지 배송을 마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짧게는 30분 이내 혹은 1시간 안팎으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구현하는 퀵커머스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배민스토어’를 선보이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오픈마켓처럼 배달의민족은 중개만 맡고 입점 업체들이 배민라이더 혹은 배달 대행을 통해 즉시 배송하는 방식이다. 현재 입점한 신발 패션 편집숍 ‘폴더(FOLDER)’는 단건 배달을 원칙으로 해 30분 안팎으로 배송 가능하다.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 꽃배달 서비스 ‘꾸까(KUKKA)’ 등도 평균 1~3시간 내로 퀵커머스를 제공한다.

▲바로고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가 팀프레시 새벽배송 물류 기사로부터 소비자에게 배송할 상품을 전달받고 있다. 바로고는 자사 이륜 배송과 팀프레시의 사륜 배송을 결합해 퀵커머스 텐고(Tengo)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사진=바로고)
배달의민족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며 사업을 확대하자 경쟁사들도 속속 영토 확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초 익일 배송 시스템 ‘로켓 배송’을 도입한 쿠팡은 지난해 7월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통해 ‘쿠팡이츠마트’를 출범시키고 현재 서울 강남·강동·서초·송파구에서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쿠팡이츠마트는 배민 B마트처럼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을 판매·배송하는 퀵커머스다. 배달 소요 시간을 대폭 줄여준 ‘단건 배달’ 서비스 모델로 급부상한 쿠팡이츠를 통해 서비스한다.

배달대행 플랫폼 1위 사업자 바로고 역시 MFC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텐고(Tengo)’ 사업을 확장한다. 텐고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밀키트·간식·음료·생수 등 1000여개가 넘는 생필품 등 가지고 ‘10분 내’ 배달(반경 1㎞ 이내)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 새벽 배송 콜드체인 플랫폼 팀프레시와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로고의 이륜 배송과 팀프레시의 사륜 배송을 결합한 특화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 있는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도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코리아)를 인수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매각 과정에서 요기요는 앞서 선보인 퀵커머스 ‘요마트’ 서비스를 지난해 9월 종료했지만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이종 산업과 융합해 ‘하이퍼 로컬(지역 밀착) 커머스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위해 GS25·GS더프레시·랄라블라 등 1만6000여 소매점과 60여 물류센터를 즉시 배송을 위한 도심 내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물류·배달 틈새시장으로 현재 3000억원 수준이지만 오는 2025년까지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 퀵커머스도 당초 1시간 안팎 배송에서 최근 15분, 30분 배송 등 보다 빠른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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