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고용노동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연말에는 적자규모가 3조2천억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거둔 돈보다 쓴 돈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지난해 말 6조7천억원이었는데, 여기에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7조9천억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 차입금을 빼면 이미 지난해 1조 2000억원 적자였고 올해 다시 2조원이 더 불어난다는 얘기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4조70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해마다 늘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에는 10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것이 2018년 9조 4000억원, 2019년 7조 3000억원, 지난해 6조 6000억원으로 줄곧 감소일로를 걸은 것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낸 보험료로 조성되는데 실업급여, 모성보호급여, 고용안정 지원, 직업능력 개발 등에 쓰인다.
문 정부에서 고용보험기금이 적자로 전락한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민주노총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문 정부는 출범 뒤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 기간을 늘렸다. 당연히 지출은 빠르게 늘어났고 곳간이 비자 2019년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0.3%포인트 인상했다. 인상률로는 무려 23%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기금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했고 기업 측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이 대거 풀려 나갔다.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장은 7만 2000곳, 지원받은 근로자는 77만 3000명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재정건전화를 위한 근본 방안을 곧 내놓겠다” 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답은 뻔하다. 보험료를 또 인상하는 일이다. 지출이 많을 때는 쓰임새부터 단속해야 한다. 코로나사태로 실업자도 많이 늘었지만 실업급여 받는 것도 쉬워졌다. 실업급여 받을 만큼만 일하고 그만두는 ‘습관적 실업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고용 대란 상황에서 고용보험의 지출이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지출 감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보험료 인상 전 국민들에게 이 점부터 설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