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물량공세로 밀어올린 美증시…2차 팬데믹에 모래성 되나

방성훈 기자I 2020.06.18 00:00:00

펀드매니저 10명중 8명 "美증시 과열 상태" 시인
그럼에도 현금비중 대폭 축소…추가 상승에 베팅
기업 펀더멘탈 아닌 美연준 무제한 돈풀기에 낙관
코로나 2차 유행 등 시장서 경고 목소리도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증시가 실물 경제보다 두세발 앞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봉쇄를 푼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쏟아 부은 달러의 힘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과 같은 대형 악재가 불거질 경우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란 점에서 자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3월 23일 저점을 찍은 이후 지난 8일까지 48.3% 폭등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역시 44.5% 급등했다. 두 지수 모두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불거진 지난 9~11일 하락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도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04%. 1.9% 상승, 코로나19 위기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 2월 수준으로 성큼 다가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로나19 충격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파산기업들이 속출하는 등 실물경제 악화에도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은 온전히 연준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미 주식시장 상승에 대해 “과열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점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잔액이 4.7%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8월(5.7%) 이후 1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헤지펀드의 순자산 위험부담이 34%에서 52%로 치솟았는데, 이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주가 상승이 기업실적이나 경제 펀더멘탈 개선과 무관하다면서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에선 넘쳐나는 유동성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 상승세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BofA 설문조사에서도 2명 중 1명(49%)은 코로나19 2차 팬데믹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았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경제가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너무 깊이 침체됐던 것에 따른 불가피한 반등일 뿐,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정도는 아니다. 진짜 회복이 아닌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역시 착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그들의 이익도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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