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에서 '전라도진압반장'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전두환씨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한 이용객이 주문한 모든 식당에 악의적인 리뷰만을 작성해 화제가 됐다. 그가 작성한 리뷰에는 “탕수육 소스를 보고 집어 던졌다”, “역겹다”, “돌려차기각” 등의 글과 함께 별점(5개 만점) 1~2개의 낮은 별점이 매겨져 있었다. 일부 업주들은 그의 닉네임과 악의적 리뷰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다시는 우리 가게에서 시켜먹지 않기를 바란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에 대해 평가를 남기는 ‘리뷰’ 기능을 이용해 악의적인 비방 후기를 남기는 이른바 ‘리뷰 테러’에 업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리뷰와 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용해 서비스 등 무리한 요구를 한 뒤 업소가 응하지 않으면 낮은 별점과 함께 악의적 리뷰를 남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업주들은 리뷰 기능을 악용해 업체 측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배달 앱이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북부에서 2년 동안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손님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들어주지 않아 ‘리뷰 테러’를 당했다.
그는 “한 손님이 리뷰를 좋게 작성하겠다며 이벤트 품목이 아닌 다른 음식을 서비스로 요구했다”며 “이윤이 남지 않아 그 음식을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손님은 30분 뒤 ‘자주 먹는 단골집인데 음식에서 너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다’고 리뷰를 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고객의 주문을 조회해본 결과 그는 단골 손님이 아닌 이전에 단 한 차례만 주문이력이 있는 고객이었다.
다음 날 A씨의 업체 리뷰 상단에는 온종일 악의적 리뷰가 노출되었고, 평균 매출이 약 40만원 이상 줄었다. A씨는 “고객이 주소를 잘못 적어서 배달이 늦게 가도, 주문해놓고 전화를 받지 않아 음식이 되돌아와도 고객이 악의적 리뷰를 남기면 업체 측만 ‘나쁜 놈’이 된다”고 토로했다.
악의적 리뷰가 가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적 원한을 푸는 일도 있다.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B씨는 일손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불량한 태도를 보이면서 출근 한 달 만에 무단결근을 일삼았다.
B씨가 그를 해고한 뒤 공교롭게 B씨의 가게 리뷰에는 같은 손님의 악의적인 리뷰가 여러 번 올라왔다. 맛이나 친절도 등 다른 고객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두부에서 행주 냄새가 난다”는 등 원색적인 비방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상하게 주소가 익숙하게 느껴진 B씨는 해고 아르바이트생의 근로계약서를 확인했고 악의적 리뷰를 달았던 손님의 주소와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균 4.8점대였던 B씨 가게의 별점은 이후 4점 초반대로 낮아져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악의적인 리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과 같은 배달 앱 회사의 정책상 고객이 작성한 리뷰는 자영업자들이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개수대나 변기에 음식을 버리거나 비방을 목적으로 한 후기를 달아도 업주는 배달 앱 회사에 삭제 요청만 가능한 상황이다.
배민은 고객의 리뷰를 임의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리뷰는 온라인 상의 저작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리뷰의 처리는 방송통신망법에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배민 측은 분쟁의 소지가 있는 리뷰에 대해 업주가 분쟁조정 신청을 하면 해당 업주의 의견을 리뷰 작성자에게 전달해 삭제 또는 수정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리뷰 작성자가 30일 이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뷰 작성자가 삭제 또는 수정의사가 없을 경우 해당 리뷰는 계속 남아 불특정 다수에게 계속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 악성 사용자의 앱 이용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악성 리뷰를 단다고 해서 소비자의 앱 접근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에 대해서는 법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