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2조원가량, 아시아나항공도 8500억원이상을 ABS로 조달하고 있다. 매출 급감이 지속되면 ABS에 대해 가지급금 지급 중단이나 자산 추가 신탁, 조기지급 요청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ABS가 국내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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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대한항공(003490)의 여객 수송실적(일별증감율)은 3월 10일 기준 전 노선에서 9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의 경우 75% 수준이었고, 유럽노선의 감소율은 90%를 웃돈다. 대다수 노선이 운항중지되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매출 발생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화물운송 부문은 그나마 낫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1조9000억원을 기록해 여객운송 매출의 3분의 1을 밑돈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지금 같은 매출액 급감이 2~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ABS 투자자 보호장치 조건(트리거)이 발동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영업현금흐름 대부분이 유동화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에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은 인건비, 정비비, 유류비 등 사업활동 지속에 필요한 운영자금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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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항공수요 감소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설령 국내가 잠잠해지더라도 유럽, 미국 등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여서 항공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신용평가 3사는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신평은 대한항공이 발행한 ABS에 대해서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의 단기 자금조달 부담은 크게 높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무려 4조1526억원(별도기준)에 달한다. 이는 대한항공의 총차입금(16조5230억원) 가운데 25.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는 별개로 부채비율 관리 등을 위해 조달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1조원 중 7000억원이 올해 6월, 11월, 12월에 스텝업(이자 상향조정)을 앞두고 있다. 영구채 차환발행 수요까지 감안하면 대한항공이 연내 조달해야 할 자금은 5조원에 육박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별도기준)은 지난해 9월말 기준 861.9%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 ABS로 6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리테일 수요 미확보 등 자금조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래에셋대우(006800) 유안타증권(003470) 등 7개 공동대표주관사가 총액 인수한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1년이내 만기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1조8636억원 규모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주총에서 정관변경(발행주식수 확대)을 거쳐 4월중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등으로부터 2조원 유상증자가 진행된다면 유동성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조원 유상증자시 아시아나의 부채비율(별도기준)은 현재 909%에서 200%대까지 하락하고, 최대 7조원의 추가 차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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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항공사 ABS 점검에 나선 것은 ABS에 대해 줄줄이 트리거가 발동되고 항공사들이 자금난에 빠지면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비상상황이다 보니 대한항공의 6000억원 ABS를 신속히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도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타격에 이날 항공업계에 대해 시설사용료 감면, 운수권 유예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항공사 재무사정을 감안할때 유동성 지원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은 대한항공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지원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에선 계속 추가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항공사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 은행에서 위기가 시작된 2008년과 지금은 다른 상황이어서 그때 이용한 수단을 다시 써야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면서 “금융 전반이 더 악화될 경우 그런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레딧 업계에서는 항공업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유동성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2조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하면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지만 한진(002320)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 수석연구원은 “차입금 만기구조의 단기화, 항공기 리스료, 유동화 차입금 외 일반차입금 상환, 이자비용 등 고정적인 현금 유출 대응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며 “대한항공의 차환 상황과 더불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등 대응방안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 4월까지 이어진다면 대한항공 ABS 가운데 조기지급 트리거(조건)가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ABS 등급 하향과 함께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조속히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라 정부 지원에 대한 모럴해저드 논란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가 빨리 해결되길 간절히 바라며 정부와 항공업계간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면서도 “(산은 등 자금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회사 입장을 밝힐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