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전력(015760) 전력통계속보 집계 결과 한전의 2019년 전력판매량은 5억2050만메가와트시(㎿h)로 지난해 5억2615만㎿h보다 1.1% 줄었다. 전력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건 외환위기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한전은 1962년부터 전력판매량을 집계해 왔는데 이 숫자가 전년대비 감소한 건 1998년과 지난해 두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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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둔화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지금껏 예외 없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정비례해왔다. 또 우리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2.0%로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무엇보다 전체 전력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2019년 기준 55.5%)하는 산업용 전력 소비가 두드러지게 줄었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2억8924만㎿h로 전년(2억9300㎿h)보다 1.3% 줄었다. 역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첫 감소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지난해 전년대비 0.4% 증가하며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광공업지수는 전년보다 0.7% 줄었다.
이 기간 주택용(7254만㎿h)이나 일반용(1억1623만㎿h) 전력판매량도 각각 0.4%, 0.6% 줄어들기는 했지만 산업용 전력판매량 감소에는 못 미쳤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산 저가 경쟁 등에 밀리는 조짐도 엿보인다. OCI(010060)는 최근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포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폴리실리콘은 생산 원가의 40% 이상이 전기요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기요금이 낮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어렵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1킬로와트시(㎾h) 당 판매단가는 106.6원으로 주택용(105.1원)을 웃도는 등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2010년만 해도 76.6원으로 주택용(119.9원)의 3분의 2에도 못 미쳤으나 정부 정책에 따라 그 격차가 빠르게 줄어왔다.
◇덜 더웠던 여름 영향도…소비효율 개선은 ‘글쎄’
덜 춥고 덜 더웠던 지난해 날씨도 전기판매 감소의 요인으로 꼽힌다. 비교 대상인 재작년(2018년) 여름 평균기온은 역대 2위로 높았던 만큼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냉방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통상 주택용 냉방 수요가 몰리는 지난해 7~8월 주택용 전기판매량은 전년대비 4.5%, 11.8% 줄었다. 여름 냉방수요 감소가 지난해 주택용 전력판매량 0.4% 감소에 가장 결정 영향을 준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주요 에너지 소비 둔화 요인”며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의 설비 보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수요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냉·난방 수요 감소가 부가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해 온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노력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전반적인 전기판매량 감소 속에서도 저가인 농사용 전력 판매량(1888만㎿h)은 2.0% 늘어난 게 그 방증이다. 이 같은 추이를 고려했을 때 주택용과 일반용(상업 포함), 농업용 등을 중심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한전이 검토 중인 경부하 요금(심야시간대 할인 요금) 인상안에는 악재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산업계에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는다. 한전은 올 상반기 중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만들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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