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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합자사 딴지에 투자 적기 놓쳐… SUV 160종 쏟아질 때 5종만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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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19.03.12 05:00:00

현대·기아차 중국공장 가동중단 원인 분석

[이데일리 피용익 방성훈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초래한 판매 부진은 현지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에 실패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지 업체와 수입 업체 사이에 낀 애매한 가격과 성능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끄는 트렌드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서 현대·기아차 판매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판매 부진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장 포지셔닝과 SUV 대응에 실패한 것은 합자회사 지분 50%를 가진 중국 측 파트너와의 불협화음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사업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합자회사 불협화음으로 의사결정 갈등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이징기차는 2002년 세운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의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싸고 수시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특히 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해 중국 내 판매가 급감하자 양측의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에게 비용 절감을 위해 납품 단가를 20% 이상 인하할 것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부품 단가를 낮추려고 하는 반면, 현대차는 품질 저하를 우려해 저가 부품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에 따른 양측의 갈등이 계속돼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의 경우 현대차(지분율 50%)는 설계·생산·판매를, 베이징기차(50%)는 재무를 주로 맡고 있다. 설립 당시 현대차에 주로 의사 결정권이 있었지만, 점차 베이징기차 측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50%)와 둥펑기차(25%), 위에다그룹(25%)이 2002년 설립한 합자회사 둥펑위에다기아차의 사정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2016년에는 114만대를 팔았다. 그러나 2년만인 지난해 실적은 79만대 수준에 그쳤다. 고점 대비 -30%에 달하는 판매량 급감으로 인해 베이징 공장 가동률은 최근 2년 간 50%를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가동률을 43.6%로 파악하고 있다. 기아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차의 중국 생산량은 연 89만대에 달하는데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37만대를 생산하는 데 그쳐 가동률이 41.6%로 급격히 떨어졌다.

합자회사의 불협화음은 판매 감소를 심화시킨 것은 물론 SUV 트렌드에 대응하는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에선 160종의 SUV가 판매되고 있는데, 현대차 모델은 5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주력 제품인 싼타페는 신형이 아닌 구형이 판매되고 있다.

이 사이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에 비해 개선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고속 성장했다.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7년 전에 비해 3배가 넘는 149만5605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창청자동차도 31만7530대에서 88만1539대로 117.6% 성장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주요 의사 결정이 중국 측 파트너에 의해 이뤄지는 구조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가격은 로컬 회사의 제품보다 20~30% 비싸고, 품질은 BMW 등에 비해 떨어지는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인해 정체성을 잃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중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판매 부진 심화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앞서 일본 스즈키는 중국 생산을 중단하기로 발표했고, 포드와 창안자동차의 합자회사 창안포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한 때 자동차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중국은 최근 ‘무덤’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자동차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신차 판매량은 2808만대로 2017년보다 2.8% 감소했다. 내수 둔화 및 미·중 무역갈등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은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친환경 차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기적으론 친환경 차량을 2020년까지 500만대, 2025년까지 700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판매를 중단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기업의 신규 설립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일부 대도시에선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번호판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현지 판매 부진과 설비 노후화, 그리고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맞물리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기존의 200만대 생산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기차의 기술력이 궤도에 오르면서 베이징기차는 현대차보다 벤츠(베이징벤츠)를 자신들의 파트너로 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베이징벤츠가 중국 공장을 친환경차 공장으로 전환한 것처럼 현대차와 함께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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