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낮춘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가 어제 서울과 부산, 경남 창원에서 시작됐다.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통해 중간단계 없이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직접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연 매출 8억원 이하에는 수수료가 면제된다. 내년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안착할지 의문이다. 서울의 경우 가맹점이 1차 목표 13만곳에 턱없이 못 미치는 3만곳으로 전체 소상공인(66만명)의 4.5%에 불과하다. 시청 직원들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민간업체에 수당을 주면서까지 유치한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인기가 제로라서 제로페이”라는 비아냥까지 나돌 정도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 외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할 유인 요인이 없다는 점부터가 문제다. 일반 신용카드의 경우에도 정부 조치로 내년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진다. 업소에서 굳이 제로페이 이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실효성도 없는데 의도가 선하다는 이유로 계좌이체 수수료 이익을 포기한 시중은행 등 민간의 팔목을 비틀어 관이 생색내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로페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소득공제 40% 혜택은 체크카드 30%와 큰 차이가 없다. 이마저도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 등 다른 사업자와 카드사처럼 다양한 부가 혜택도 없다. 무엇보다 통장에 잔액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신용카드처럼 여신 기능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사용자 요구와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얘기다.
제로페이의 선의까지 폄훼할 것은 아니지만 의도가 좋다고 정책 효과가 좋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서 이미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를 확대하겠다며 무리수를 동원하려는 태세는 곤란하다. 소득공제 폭을 늘리고 공공시설 이용요금을 깎아주는 등 세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려는 발상이 그것이다. 가맹점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세금만 축내다가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