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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섰다.
애초 전자업계에선 건조기가 장마철이나 봄·가을에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계절에 관계 없이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6년 10만대에 불과했던 연간 건조기 판매량은 지난해 60만대, 올해는 120~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당 판매 가격이 100만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연간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전자업계에선 연간 100만대 이상 팔리는 가전을 필수 가전으로 분류한다. 현재 연간 100만대 이상 팔리는 국내 가전 제품은 TV와 냉장고(200만대), 세탁기(150만대), 에어컨(150만~180만대), 김치냉장고(100만대) 정도다.
이처럼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올라선 것은 폭염과 미세먼지 등 기후 요인이 크다. 미세먼지 우려로 창문을 열고 옷을 말리기를 꺼려해서다. 베란다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아파트 인테리어 트렌드도 건조기 수요 증가에 한 몫 했다.
또 건조기가 가사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도 작용했다.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혼수 가전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건조기가 먼지나 동물 털, 섬유찌꺼기를 걸러내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열풍’방식에서 냉매를 사용한 ‘히트펌프’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히트펌프 방식은 60~70도의 적절한 온도로 제습해 옷감 손상이 적다.
건조기가 ‘레드오션’ 가전시장에 돌풍을 일으키자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는 올들어 14kg와 16kg 대용량 건조기 2개 모델을 앞다퉈 내놨다. 초반에는 양사 모두 9kg 모델부터 출시했었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16kg 건조기 예약판매를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지난달 말 같은 용량의 제품을 시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사이즈가 큰 가전제품을 선호한다”며 “9kg 모델에 이어 14kg을 내놨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더 큰 제품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가전엡체들은 1인 가구용 미니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우전자는 3㎏용량 건조기 ‘미니’를 가격 30만~40만원대에 내놨다. 캐리어도 같은 용량의 건조기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기는 계절적 성수기랄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1인가구 부터 자녀가 있는 가정까지 가구 유형도 가리지 않고 인기여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