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 확대되는 홀로그램 시장..홀로그램 내비·스마트폰 현실로

김종호 기자I 2018.10.08 05:15:00

공연부터 광고, 전시 등까지..인물 재현 시도 활발
2025년 130조 시장 열려.."다양한 기술 활용 가능"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고(故)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1970년대 중반 영화 ‘스타워즈(Star Wars)’를 보셨나요. 영화 속 등장하는 로봇 알투디투(R2-D2)는 악당 다스베이더에게 납치된 레아 공주의 메시지를 전사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전달합니다. 이때 알투디투는 홀로그램(Hologram)을 이용해 레아 공주가 처한 상황을 마치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죠.

홀로그램은 그리스어로 완전하다는 뜻의 ‘홀로(holo)’와 그림을 의미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입니다.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3D(3차원) 입체 영상을 기록한 결과물을 말합니다. 1948년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가 홀로그램의 원리를 발견해 명명했고, 이후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홀로그램의 원리를 조금 더 들여다봅시다.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Holography)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홀로그래피는 빛의 간섭성을 이용해 입체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 및 창출하는 기술 자체를 말합니다.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로 촬영된 결과물을 뜻하는 것이죠.

우선 레이저에서 나온 광선을 2개로 나눠 하나의 빛은 직접 스크린을 비추게 하고, 다른 하나의 빛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물체에 비춥니다. 이때 직접 스크린을 비추는 빛을 기준광(reference beam)이라 부르며, 물체를 비추는 빛을 물체광(object beam)이라고 합니다. 물체광은 물체의 각 표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이므로 물체 표면에 따라 거리 차가 발생해 스크린에 각각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때 변형되지 않은 기준광이 물체광과 간섭을 일으키는데 이 간섭무늬를 저장한 필름을 홀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잔잔한 호수를 머릿속에 떠올려봅시다. 이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의 파장에 따라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물결은 동심원을 그리면서 바깥으로 전달돼 나가지만, 호수에 또 다른 돌을 던진다면 이 물결이 변하게 됩니다. 여러 물결이 서로 부딪히거나 굴절돼 발생하는 간섭 현상을 이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만 홀로그램은 물결이 아닌 빛의 파형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죠. 빛은 간접 현상 속에서 더 밝아지거나 더 어두워지는 간섭무늬를 만들어내고, 이 정보를 인식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로 홀로그래피 기술입니다.

◇ 공연부터 광고, 전시 등까지..국내서는 인물 재현 시도 활발

홀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최근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한층 높아졌습니다. 홀로그램은 3D TV나 VR 등처럼 안경과 같은 보조기기 없이도 이미지의 질감과 굴곡 등을 표현하기 때문에 실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홀로그램은 공연과 광고, 전시, 게임, 패션 등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미 고인이 된 인물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하는 시도가 국내에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고인을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국내 최초 사례는 2016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의 가수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입니다. DIP는 김광석의 생전 실제 콘서트 촬영 영상을 분석해 몸은 대역배우를 통해 스튜디오에서 크로마키 촬영을 하고, 얼굴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 실제 인물 고유의 표정과 입모양 근육을 합성해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고인을 그리워하던 이들은 홀로그램 콘서트를 통해 잠시나마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후에는 가수 유재하와 신해철 등의 추모 콘서트도 열렸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SK그룹이 지난 8월 24일 고(故)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최 선대회장의 생전 모습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홀로그램 기술에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만든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최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본 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홀로그램은 한류의 선봉에 서기도 합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케이팝(K-POP) 콘텐츠를 이용해 2015년 서울 강남 코엑스 ‘SM타운 극장’에 홀로그램 상설 공연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엑소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의 뮤지컬 등을 홀로그램으로 공연해 케이팝을 체험하려는 외국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죠. 최근에는 지니뮤직이 홀로그램 등 미래형 비주얼 뮤직 플랫폼을 미래사업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 2025년 130조 시장 열려..홀로그램 내비·스마트폰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지난해 257억달러(약 28조7583억원)에 불과했던 세계 홀로그램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416억달러(46조5504억원)에서 2025년 1162억달러(130조278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3년 4200억원 수준에 그쳤던 국내 홀로그램 시장 역시 4조2281억원 규모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우리나라는 홀로그램 관련 특허 출원이 미국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 있습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홀로그램 산업 진흥을 위해 7년간 2455억원을 투자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원 중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기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에는 고급 카메라 제조사 레드(RED)가 3D 홀로그램 스마트폰인 ‘하이드로젠(Hydrogen)’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 스마트폰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통해 3D 입체 영상을 특수 안경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구현합니다. 최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받아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TV와 시계 등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홀로그램을 활용한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기업 ‘레이웨이’에 상호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설립된 웨이레이는 홀로그램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로 꼽힙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 양산차에 홀로그램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엠앤소프트 등 핵심 계열사들도 개발에 참여합니다. 현대차는 운전석 전면 유리에 홀로그램을 투영해 실제 도로·건물을 나타내고, 이동 방향과 제한 속도, 위험 경보 등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계획입니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웨이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홀로그램 내비게이션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딩 등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홀로그램 기술을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적용한 가상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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