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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시행 예정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배기량과 크기에 따라 분류했던 경차·중형차·대형차 등의 자동차 분류체계에 초소형차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초소형차는 배기량 250cc 이하에 길이 3.6m, 높이 2.0m , 너비 1.5m 이하인 차종으로 경차(배기량 1000cc) 아래로 분류된다. 차량 중량은 600kg 이하이며 최고 속도도 시속 80km 이하로 제한한다.
이번 자동차 분류체계 개편으로 특히 초소형 전기차 업계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간 국내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못한 이유로 제품 양산이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올해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같은 변화는 국내 중기들에게 기회로 다가온다.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차, 르노삼성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이 독식해온 자동차 시장에 큰 자본이 없이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 단순 유통하거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기들이 비교적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전자부품·전장업체 캠시스(050110)는 올해 초소형 전기차 양산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이미 전남 영광에 반조립(CKD)방식의 초소형 전기차 생산공장 부지 매입을 마치고 올 하반기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영광 국제 스마트이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첫 양산 제품인 ‘PM100’을 공개하고 내년 1월부터 판매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우선 관련 부품을 중국 협력사를 통해 들여온 후 영광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며 “처음엔 연간 1만대 규모에서 점차 생산능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베트남과 중국 1~2개성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에서도 대도시 공해 문제와 오토바이 사고 등의 우려로 초소형 전기차 도입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장비업체 쎄미시스코(136510)는 중국 초소형 전기차의 국내 유통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관련 제품을 직접 생산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 판매 2위업체 쯔더우의 ‘D2’를 들여와 전국 이마트를 통해 판매해왔다. 지난해 5월엔 세종시에 생산공장을 구축, 핵심부품인 배터리시스템 등은 독자개발키로 하는 등 사업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자체 개발한 초소형 전기차 ‘R3’도 선보일 예정이다.
철강재업체 대창스틸(140520)의 자회사 대창모터스도 초소형 전기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모델 중 최초로 도로주행 인증을 획득한 ‘다니고’가 주력 제품이다. 올초 온라인몰 티몬을 통해 진행한 첫 예약판매에서도 하루만에 100대를 판매했다. 추가 물량 200대도 하루만에 완판하는 등 시장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초소형 전기차 가격을 1000만원대(최저가 기준)에서 500만원대로 낮출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수요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토바이를 쓰던 배달업계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도 주요 타깃이다. 실제 우정사업본부가 올 하반기 배달용으로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활용하는 한편, 2020년까지 1만대로 확대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일반 전기차 시장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중기에 적합한 시장”이라며 “중기들은 다양한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 시장 수요에 맞는 유연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