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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앱은 2016년 서비스가 시작된 뒤 한 회사당 누적 이용자수가 200만~3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였다. 승객은 출퇴근 시간에 택시에 비해 30~40% 저렴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고, 운전자들은 출퇴근길에 월 30만~40만 원의 용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퇴근 시간 사전선택제’에 대한 위법 논란이 거세지면서 택시 업계와 갈등이 전면화됐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3개월째 제자리다. 3월 중순 열리는 ‘규제혁신 해커톤(끝장토론)’에 택시 업계를 참여시켜 논의해본다는 계획이나, 카풀앱 업계는 이미 이용량이 3분의 1이상 줄었다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4차위가 해결하지도 못할 ‘카풀앱’ 이슈를 전면화하면서 현행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카풀앱 서비스까지 불법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유권해석을 미루는 사이, 국내 카풀앱 스타트업들은 사라지고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몰려올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범법자 될까 걱정하는 운전자, 이용률 급감…추가 투자받기도 어려워져
카풀앱 A사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중재한다고 발표했지만 3개월동안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그 사이 드라이버 사이에선 ‘카풀을 하면 잡혀간다’는 괴소문까지 퍼지면서 일을 접는 사례가 늘었고 이용자도 줄어 3개월 사이에 트래픽이 3분의 1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용자는 줄었지만 마케팅은 줄일 수 없어 한 달에 5~6억 원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1위 카풀앱 풀러스는 지난해 10월 220억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서비스 이후 100억 정도의 손실을 봐서 110억 원정도의 투자금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풀러스에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합작펀드인 신성장기술펀드, 옐로우독, SK㈜, 콜라보레이티브 펀드가 투자에 참여했다.
럭시 역시 지난해 1월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30억 원), 메가인베스트먼트(15억 원), 캡스톤파트너스(5억 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이후 현대자동차에서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카풀앱은 한 달에 3000만원 정도 받는 20대~30대 직장인들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초기여서 쿠폰이나 적립금 등을 통해 드라이버에게는 더 주고 이용자에게는 덜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불확실한 규제 때문에 이용량 감소는 물론, 추가 투자유치도 쉽지 않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유권해석 손놓은 정부…“차라리 고발하라”
카풀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객이 업체에 요금을 내고 업체는 수수료를 뗀 수익을 운전자에게 돌려주는 모델은 말레이시아의 그랩카(GrabCar), 프랑스의 블라블라카(BlaBlaCar),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등 여러 업체가 활동 중이다.
그랩카의 경우 올해 1월 현대차가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그랩(Grab)이 서비스하는 카풀앱이다. 그랩은 2012년 설립돼 현재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카 헤일링)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등록 운전자 230만 명이 하루 평균 350만 건을 운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토종 카풀앱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 사전 선택제’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일 수 있다는 경고만 했을 뿐 유권해석을 해주지 않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 당국이 현재 카풀앱의 허용범위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위법일 수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고발도 하지 않은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 가운데 카풀서비스와 드라이버, 이용자 모두 불안감을 느끼며 서비스가 죽고 있다. 이것은 규제 혁신의 문제 이전에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또 “만약 택시업계 주장처럼 카풀서비스가 불법이라면 당장 고발해서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