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로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은 지난 ‘11·3 대책’ 등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와 청약제도 제한 등으로 이미 냉기가 돌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 악재가 겹쳤다. 내년 입주물량이 1999년(36만 9500가구) 이후 최대인 37만 가구에 달하는 등 공급량이 많은 점도 부담이다. 탄핵 정국의 정치리스크, 경기부진도 위험 요인이다. 실수요는 물론 가수요도 줄면서 거래 절벽에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11·3 대책’ 이후 청약 열기는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 11월 전국의 신규분양 아파트 청약자는 46만 1700여명으로 82만명을 크게 웃돌았던 10월에 비해 44%가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이달 들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곧 오를 전망이다. 금리 상승은 대출 규제와 맞물려 상환부담 증가, 주택 구매력 약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 37만 가구, 2018년 41만 가구 등 넘치는 입주물량도 시장에는 부정적 요소다.
이처럼 시장이 어지러워진 데는 정부의 원칙 없는 ‘냉온탕 정책’ 탓이 크다. 언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했다가 다시 대출 규제로 돌아서는 등 오락가락 정책에서 신뢰를 잃었다.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를 대폭 푼 것이 불과 2년 전의 얘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하지만 경기를 살리지 못함으로써 투기와 가계부채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시장 혼란을 부추긴 꼴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다. 내수경제를 떠받치는 건설경기가 주저앉는 것은 물론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부실화도 우려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은행권이 최대 28조 8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집값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이자부담이 늘면 ‘하우스 푸어’ 현상이 나타날까 걱정스럽다. 더 늦기 전에 위험 요인을 점검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대응책 미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