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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한 번쯤 아이스크림으로 해장해보셨죠?"

임현영 기자I 2016.06.13 06:00:00

''견뎌바''개발한 조용범 위드미 가공식품파트장 인터뷰
"숙취해소 제품 70% 이상 편의점서 팔려..이 점에 주목"
견뎌바라는 이름 호불호 갈려..사내 투표통해 낙점돼

조용범 위드미 가공식품 파트장이 자신이 개발한 숙취해소 아이스크림 ‘견뎌바’를 들고 위드미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보통 술자리 1차에서 2차로 넘어갈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곤 하잖아요. 이럴바엔 아예 아이스크림에 숙취해소 기능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아마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겁니다”

숙취해소 아이스크림 ‘견뎌바’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견뎌바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위드미’가 지난달 19일 내놓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이다. 숙취해소 기능을 갖춘 헛개나무 성분을 아이스크림에 활용했다. 기존에 없던 콘셉트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입소문이 퍼지며 ‘대박’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심은 매출로 이어졌다. 견뎌바는 제품 출시 후 열흘 만에 위드미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가운데 판매 1위, 매출로는 2위를 기록했다. 판매수량으로는 장수상품인 롯데제과 ‘월드콘’을 앞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CNBC,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 기발한 상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견뎌바 제작을 주도한 위드미 조용범 가공식품파트장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견뎌바에 대한 관심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그는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포스터가 합성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블로그 등에서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기를 실감했다”고 답했다. “버스로 4정거장을 타고 찾아간 위드미에서 견뎌바를 산 뒤 인증샷을 남긴 분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어는 2003년 GS리테일에 입사해 줄곧 자체 브랜드(PB)상품을 개발해왔다. 이후 세븐일레븐,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를 거치다 지난 2014년 9월 위드미에 합류했다. GS25의 PB컵라면 ‘공화춘 짬뽕’, 세븐일레븐 즉석국 3종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회사를 옮기면서도 10년 넘게 편의점 업계에 종사한만큼 편의점 관련 트렌드에는 항상 민감했다고 한다.

그는 직장인들이 술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먹는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특히 회식 1차에서 2차로 넘어갈 때 편의점을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숙취해소 기능을 겸비한 아이스크림 제품은 없었다. MD이자 14년차 직장인으로서 그는 ‘이거 다!’ 싶었다.

숙취해소 제품의 70% 이상이 편의점에서 소비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대표 숙취해소 음료인 컨디션·여명도 편의점에서 주로 팔리지만 가격(4000원)은 항상 부담이었다”면서 “견뎌바는 4분의1 수준의 가격(1200원)으로 숙취해소 기능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분명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견뎌바 매출의 30%는 밤 9시부터 자정사이에 집중됐다. 직장인들이 회식 중간에 호기심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의미다.

첫 기획부터 출시까지는 꼬박 9개월이 걸렸다. 헛개나무 열매 외에도 아스파라긴산·울금 등의 숙취해소 재료가 물망에 올랐다. 여기에 자몽·레몬·소다 등 다양한 맛을 조합해 수백번의 시식을 거쳤다. 최종적으로 현재의 ‘자몽+헛개나무’ 조합이 가장 어울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견뎌바라는 이름 역시 조 바이어의 아이디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 취업준비생 등 모든 현대인들은 하루를 견디지 않느냐. 견뎌바를 먹고 함께 견디자는 제 나름의 힐링 메시지를 담았다”고 조 바이어는 말했다. 사실 견뎌바라는 이름에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장난스럽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견뎌바 외에도 ‘헛개 보여’ ‘깬다 너’ 등의 이름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사내 투표를 통해 견뎌바로 최종 낙점됐다.

마지막으로 조 바이어는 “위드미가 아직 편의점 3사(CU·GS·세븐일레븐)에 비해 점포가 적어 최소 생산량(MoQ)가 적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이마트 등 신세계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면 위드미 PB도 당당히 편의점 대표 PB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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