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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테러대책 과연 믿을만한가

논설 위원I 2015.11.20 03:00:00
우리도 이슬람국가(IS)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니 모골이 송연하다. 북한의 테러만 신경을 썼지 아랍계 테러와는 거리가 먼 줄로만 알았다가 뒤통수를 된통 맞은 느낌이다. 위조 여권으로 2007년 입국한 30대 인도네시아인은 IS에서 파생된 ‘알 누스라 전선’의 깃발을 북한산에서 흔들었고, 그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채 경복궁 앞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알 누스라 영상을 캡처해 SNS에 올렸다가 며칠 전 경찰에 체포됐다. 무장테러단체를 추종하는 불법 체류자가 8년 동안이나 활개치고 다니도록 정부는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제테러조직과 연계됐거나 테러위험 인물로 지목된 외국인 48명이 강제 출국됐고, 외국인 IS 동조자들이 폭탄원료인 질산암모늄을 국외로 빼돌리려다 검거됐으며, 올 들어서는 시리아 난민 200명이 입국했다. 내국인 가운데서도 지난 1월 IS에 가담한 김모 군에 이어 그 뒤를 따르려던 다른 2명이 출국 직전 적발됐고 인터넷에서 IS를 공개 지지한 사례가 10건에 이르는 등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에 대해 “관계법령 미비로 IS를 따르는 이들 10명의 신원 파악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안방까지 들이닥쳤고 국내에서도 ‘외로운 늑대‘, 즉 자생적 테러범에 의한 테러기반 구축 가능성이 높아진 터에 법이 없어 손 놓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2001년 9·11 사태 이후 대형 국제 테러가 터질 때마다 테러방지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정원의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법안을 15년째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으나 IS와 북한의 연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국정원 보고도 주목해야 한다. 당정이 내년 대(對)테러 예산을 1000억원 늘리기로 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테러위험 인물을 방치했다가 하루아침에 엄청난 재난을 겪는 일이 없도록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 순수 난민은 응당 도와줘야 하지만 파리 테러처럼 위장 난민이 끼어드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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