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날 회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 8월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서울시내 면세점 심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터져 나와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그룹의 총수인 신 회장이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면세점 유치전에 직접 나서는 것은 면세점 수성이 그룹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매출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고, 이 가운데 한 해 매출의 절반 이상(2조6000억원)이 이번에 만료되는 면세점 두 곳에서 나온다.
롯데가 면세점 수성을 위한 기자회견을 소공점이 위치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있는 월드타워가 아닌 인천 통합물류센터에서 여는 배경으로는 면세점 관리역량을 극대화해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이 공개한 평가기준에 따르면 ‘관리역량’은 총 1000점 만점에서 300점으로 배점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밖에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의 항목으로 평가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한다.
지난 7월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특허 심사 때에는 경영능력이 300점, 관리역량이 250점이었다. 관리역량의 배점은 50점 오르고, 경영능력의 배점은 반대로 50점 낮아져 평가 기준만 살펴보면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수 있다.
롯데가 면세점 간담회 장소로 정한 인천통합물류센터는 롯데의 면세점 관리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롯데는 35년간 면세사업을 이어오며 쌓은 운영 능력, 브랜드 유치 노하우, 국내 최고 수준의 물류센터 등을 면세점 재인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07년 업계 최초로 통합물류센터를 열었고, 현재 인천 2곳에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러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1.5일 이내 통관, 출국 3시간 전까지 쇼핑할 수 있도록 상품 인도 시간을 단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간담회가 열리는 인천물류센터는 경쟁사에는 없는, 롯데면세점의 장점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라며 “이러한 장점은 그룹 총수의 참여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