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미래 전략에 대한 고민으로 지난해부터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그들만의 ‘혜안’을 구하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MBC 직원들과 함께 방송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
MBC는 다음날 사보에서 이 부회장 강연 요점을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상철 부회장은 이날 평소 지론인 ‘S커브론’을 MBC 간부 및 직원들에 설파했다. S커브론은 기업 성장 단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성장기, 고도 성장기, 정체기로 나뉜다. 이 부회장이 2010년 부임 이후 LG유플러스 직원들에 꾸준히 주입한 지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과거와 비교해 S커브의 특징이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S커브에 한번 타면 10년이고 30년이고 갔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운영체제(OS) MS-DOS와 윈도를 만들어 30년 가까이 OS 시장 최강자로 군림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그 예로 들었다.
MS는 윈도를 발매하고 PC 시장을 장악했지만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들어와서는 구글, 애플에 밀려 고전중이다.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고 윈도 기반 태블릿을 발매했지만 애플과 구글의 시장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다.
특정 제품이 성공해 시장을 장악해도 새롭게 바뀌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더이상 성장이 힘들다는 뜻이다.
시장 전환 속도도 빨라졌다. 구글이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 군림하면서도 끊임없이 새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부회장은 S커브의 변천 속도가 빨라진 이유로 컴퓨터의 고도화,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들었다. 이 부회장은 “30년 동안 컴퓨팅 파워는 100만배 넘게 커졌고 모바일 스마트화됐다”며 “시간, 장소라는 제약이 사라지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솟아나오는 사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바뀌면서 직업 또한 바뀌었다. 이 부회장은 “한 아이템만 갖고 몇 십년을 먹고 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3년 내지 5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기존 S커브에서 LTE라는 새로운 S커브를 타면서 성장했던 때를 예로 들었다. 이 부회장이 부임했던 2010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은 1위, 2위 사업자에 밀려 존망을 걱정할 정도였다.
이 부회장은 “(당시 LG텔레콤은) S커브 정점을 지나 막 떨어지던 시기였다”며 “6000억~7000억원 정도였던 투자비를 지난 4년간 연 2조원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채 비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상당한 걱정을 했지만 그 길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S커브 정점에서 버티려고 하면 서서히 망하는 길 밖에 없다”며 “그래서 위험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부임후 4년간 LG유플러스의 연매출은 11조원까지 늘었다.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과 KT도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의 약진에 뒤늦게 LTE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부회장은 “3~4년 정말 위험했지만 리스크를 안고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끝냈다”면서도 “그런데 이 S커브는 3~5년 정도로 끄트머리에 왔다”고 말했다. LTE라는 S커브를 이을 차세대 서비스를 걱정해야할 때라는 뜻이다.
LTE에 이어 새롭게 LG유플러스를 성장으로 이끌 ‘요소’로 이 부회장은 사물인터넷(IoT)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IoT 시대가 왔다”며 “궁극적으로 ICT는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IoT 시대 다음에는 ‘생각하는 사물 간의 연결’, 그 이후에는 ‘브레인(뇌)의 대체’로 갈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에 따라 직업 세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이 부회장은 예상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방송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방송은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닐 수 있다”며 “요새 1인 방송국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트랜드 속에 S커브에 방송국이 점프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